혼자

by 벼리울

혼자, 태국에 있을 때였다. 처음으로 떠났던 여행지에 다시 찾은 그날, 한 달을 지나 두 달이란 시간을 회피하듯 떠나온 곳에서 난 자유, 그리고 외로움을 느꼈다.


나는 늘 관계에 대한 결핍과 외로움을 품고 있었는데, 그 감정이 극에 달한 때가 바로 이때였다.


돌아가는 순간 다시 들어가야 하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반복적으로 느꼈던 시기였지. 취업에 대한 불안감과 현실, 그리고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니 나 스스로 괴로웠던 때.


햇살이 매우 뜨거운 날이다. 태국이란 나라는 해가 너무도 뜨거워 늘 긴팔을 입어야만 했는데, 가슴부터 등까지 흘러내린 땀에 어쩔 줄 몰라했던 것 같다.


택시 대신 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큰 동상이 있는 사원으로 향했던 날, 나는 바다와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을 느꼈다.


사람 많은 곳에서 지켜주는 이 하나 없고, 둘이 먹을 양을 혼자 먹을 자신이 없어 지나치거나 화장실에 갈 때 짐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까지 모두 외롭게 느껴진 날.


그럼에도 나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도, 나에 대해 알아본 것도 전부 혼자였기에 가능했던 일.


말 섞을 이 하나 없는 타지에서 수영을 하다 말을 섞은 다국적 부부와 밥을 먹고, 처음 보는 남자아이와 친해져 그의 여행 이야기를 듣은 것도,

라이브 재즈를 듣다 술과 감성에 취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웃은 것도 전부 그때였다.


타인의 눈치를 살피던 나는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했고, ‘나울아 쉬어도 돼, 온전히 즐겨도 괜찮아’ 라며 나 자신을 다독일 수 있었다.


여행에서도, 돌아온 현실에서도, 어찌 보면 내가 나를 가장 잘 알 수 있었던 때는 '혼자'일 때였다.


혼자, 혼자라는 말이 외로움에서 앎으로, 감사함으로 변할 줄이야. 나도 나이가 들었나, 사랑을 알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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