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켠다. 평소라면 기지개조차 사치일 텐데, 오늘은 여유가 있다. 온몸을 비틀며 기지개를 가득 켠 뒤 핸드폰을 보니 오후 12시란다. 평소라면 출근해서 점심을 먹을 시간인데 지금 일어났다고? 남들보다 조금 늦게 하루를 시작한다. 퇴사 후 첫 주의 시작이니 조금은 느긋해 보기로 했다. 회사에 가지 않으니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게을러졌다. 카톡 하나 보는 것도 귀찮을 만큼 게을러진 나. 그래도 일어나야지 오늘은 약속이 있으니까.
화장실에 가기 전 물 한 모금을 마신다. 학생 때부터 이어진 습관인데, 물 한 잔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매일 새롭다. 화장실에서 옷을 벗고 물을 튼다. 칫솔에 치약을 짜서 양치질을 하고, 젖은 머리에 샴푸를 얹어 거품을 낸다. 샴푸는 금방 헹구고, 트리트먼트를 모발 끝에 바르며 빗질한다. 빠지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아직도 탈모가 아니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바디워시를 온몸에 바르고 얼굴까지 닦아주면 대략적인 샤워가 끝난다. 가끔은 털도 밀어주지만 오늘은 생략한다.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스킨부터 차곡차곡 피부에 올린다. 건조한 피부에 어제 마신 와인이 더해져 얼굴이 부었다. 머리를 말리며 오늘 입을 옷을 고민한다. 원피스가 눈에 들어온다. 하늘색 원피스, 제주에서 입던 그 옷이 오늘 기분과 딱 맞는다. 양말을 신고 운동화끈을 단단히 묶고 집을 나선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지만 다행히 양산이 있다. 그렇지 않았으면 기미가 더 늘었을 것이다. 버스를 탄다. 오랜만에 지윤 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사이가 좋다. 밀린 카톡을 제쳐두고 토스와 페이북 앱을 켠다. 출석 체크 보너스를 받고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 나만의 소소한 재테크 시간이다. 하루에 20원을 벌면 다행, 가끔은 5원도 못 받을 때가 있다. 곧 내릴 시간. 퇴사 후 첫 약속은 어떤 느낌일까? 나는 오늘을 위해 1년을 일하고, 기다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