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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 막혀올 때

by 벼리울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숨소리가 점점 커지고, 숨결은 거칠어졌다.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뱉기를 반복하며, 살짝 오른 열에 이마를 감싸 쥐었다. “왜 그랬는지 생각해 봤어요? 알았을 거 아니에요.” 상사의 말이 귀를 찔렀다. “죄송합니다. 안일했습니다. 빠르게 일정대로 업로드하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사죄뿐이었다. 실수였다. 안일함이 빚어낸 결과였다. 누가 봐도 내 잘못이 명백한 상황. 억울했다. 너무도 억울해서 열이 올랐다. ‘이대로는 안 되겠는걸.’ 그렇게 다짐하며 문을 박차고 나오니, 진한 습기가 밀려왔다. 이런 날씨라면 밖이 더 위험할 수도 있겠지. 중학생 시절 한증막에서 기절한 이후로 습기 가득한 공간이 두려워졌다.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면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오늘의 이 습도는 너무도 위험하다. 나,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데, 어떡하지?


아픈 날에도 그랬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더니 움직이지 않는 몸. 온몸에 열이 오르더니 너무도 아픈 상황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회사에 퍼진 A형 독감에 감염되었단다. 링거를 맞기 위해 병원에서 대기하며, 집으로 가는 길까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서러웠다. 내가 왜 아파야 하지?


이별할 때는 어땠던가. 우리는 헤어질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웃으며 울었다. “너도 그렇지?”, “응…”, “우리 헤어지자.” 그렇게 이별을 말한 후, 우리는 정적을 피해 걸었다. 서점이 있는데 하필 휴무란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오래전 예약한 스시집에서는 직원이 우리를 보며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저희 오늘 헤어졌어요.’ 속으로만 몇 번이고 되새겼다. 평범한 대화, 은은한 미소 속에 눈물이 흘렀다. “우리 정말 헤어져야 해?” 그날, 모든 사람들의 무관심을 바랐다. ‘나 오늘 드라이도 하고, 원피스도 입었는데…’


그래서 지금은 어떠한가. 너무도 평온하다. 서럽지도 우울하지도, 분노하지도 않는 요즘. 가끔은 눈물이 그리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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