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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조금 더 나태해진 내가 있을거야

by 벼리울

조금 게을러졌다.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던 내가 늦잠을 자고, 오후 12시가 넘어서야 눈을 뜬다. 야행성이 되었는지 밤을 새우는 날도 많아졌는데 자도 자도 졸린 걸 보면 핸드폰 탓인 듯하다. 사람을 만나는 건 어떤지, 만나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다. 또 달라진 게 있다면 성격이랄까.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눈치보기 바쁘던 나는 조금 뻔뻔해졌고 조금 무덤덤해졌다. 친구는 한숨만이 가장 큰 감정표현이라는 말에 공감을 얻었다는데 과연 그게 좋은 것일까 고민된 것도 사실. 우는 것도 싫고, 소심한 것도 싫다.


사랑도 그렇다. 너무도 힘들다며 울었던 날, 성인이 되면 결혼하자 말한 것 같은데 뭘 하고 사는지도 알 수 없다. 다른 사랑은 없을 거라 말했지만 난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색감으로 방을 채워가고 있다. '힘들다'는 말을 이해하게 된 것도 변화라면 변화. 널 보채고, 상처 주고, 그럼에도 사랑해 달라 말한 나를 품은 넌 어떤 심정이었을까. 원망으로 가득했던 내가 조금은 미워졌다. 익숙함이 좋은 건지, 적당한 이질감이 좋은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온기가 좋아 손을 꼭 잡곤 하는 나다.


좋아하던 술을 줄였고, 취향을 잃었다. 못 마시던 막걸리와 맥주를 조금씩 마시는 걸 보면 될 대로 되려니 싶은 마음이 입맛에 투영된 것 같기도 하다. 요즘엔 화조차 잘 나지 않는다. 억울한 상황도 별로 없고,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더운 날씨는 여전히 싫지만, 창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끈적하고도 습한 공기가 좋다.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낮술을 하며 즐기는 우동의 맛을 알아버렸다. 소주에 후추를 타는 괴식도 배웠다. 카페에서 음료 두 개를 시키는 것도 변화. 몸이 하나여도 부족한 상태로 있더니 게임하느라 밤을 새우고, 노는 시간이 제일 즐거운 것은 무슨 일인지 불확실성 속에 몸을 맡기고 있다. 내일은 한층 더 성숙한 내가 있을 줄 알았건만, 조금 더 어려진 오늘이었다.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그래,, 그 누구도 알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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