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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변화랄 것도 없지만,

by 벼리울

퇴사를 한 뒤 변화를 손꼽자면 잠자는 시간과 집에 있는 빈도인 것 같아요.


기상시간과 취침시간 먼저 말해볼까요? 전에는 출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잠을 청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원할 때 눈을 감을 수 있죠. 지금도 불 꺼진 방에 앉아 틀어진 'Sunday Breakfast - Anthony Lazaro'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의 새벽이 좋아요. 평소라면 잘 들리지 않을 선풍기 소리, 타자 치는 소리 심지어 벌레가 날아다니는 소리까지 전부 들리니 말이지요. 예전이라면 새벽의 청소부를 이야기했겠지만 제가 사는 집은 워낙 시골이라 그 흔한 새벽의 청소부도 볼 수 없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의 새벽은 고요하고 조용합니다. 노래를 듣기도 하고, 강의를 듣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지요. 물개는 저에게 잠을 자라 말했지만, 오늘도 귓등으로 흘렸네요. 출근을 위해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으니 조금은 쉬고 싶은데 스스로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돼라 말합니다. 내일은 늦은 시간 커피를 줄여봐야겠어요.


두 번째는 집에 있는 빈도랍니다. 퇴사 후 서울에서의 일정을 처리하는데 급급한 저는 외박을 하고 있어요. 부모님이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며 살이 붙었는지, 조금은 빠졌는지 볼 정도라면 어느 정도 짐작 가시겠죠? 역시나 3일 동안 집을 비우고 집에 오니 무언가 달라졌습니다. 검은 봉지 두 개가 제 방 앞에 놓여 있는데 불안감이 엄습하지 뭡니까. "저 봉지의 정체를 말해줘, 빨리." 불안한 마음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불러 세웠지만, 두 분 다 미소만 지을 뿐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더군요. 결국 봉지 여는 걸 포기했어요. 불안은 늘 정답이니까요. 아마도 제 짐이나 옷이 아닐까 합리적 의심이 듭니다. 자꾸만 짐이 늘어나 감당 못했으니 치울만했지요. 내일은 청소를 해야겠어요. 방치할 수만은 없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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