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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는 건 천벌이야.

by 벼리울

진짜 헤어질까.


고맙다는 말에도 속상하다는 말에도 어떤 답을 할 수 없었다. 너는 그저 너의 감정을 말해야 한다 생각하지만 그게 옳다 말할 수 없으니까. 결혼에 대한 이야기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억지로 아닌 척하는 느낌. 대화를 나누다가도 ‘헤어지자, 그래 우리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라는 말을 여러 번 되뇐다. 우리 잘하고 있는 거 맞을까? 너에게 의지할까 봐 나는 또 말을 줄인다. 공감 못 해준 것도 맞고, 회피하려 한 것도 사실이니 할 말이 없다. 입술을 들이미는 너의 눈을 피하고 고개를 올린 것은 그 탓일 테다. 그럼에도 나는 잘 가란 카톡을 보내고, 또 다른 다음을 기약하지. 전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말에 이런저런 말을 뱉었고. 너는 그와의 공통점이 있는지 물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이가 좋다는 건 아니지만 어떠한 공통점이 없으니 할 말이 없지. 그는 8월의 태양, 너는 12월의 고드름 같은 사람이니 기대히지 말 걸 그랬다.


네가 싫진 않지만 너에게 기대하고, 후회할까 봐 겁이 나. 그 또한 나에게 내린 천벌이라면 천벌. 나는 또 한걸음 멀어지길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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