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바란 적 없다. 기적이 필요한 적도 없고.
그저 평온하고 싶었다. 슬프지 않고,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지내는 삶. 별 거 아닌 대화에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웃지 못한 것은 내 상황일터, 단지 호르몬을 탓하기엔 내가 너무도 약해져 있다. 기대가 있으면 후회할 것을 안다. 그렇다고 타인에게 감정을 줄 수 없고, 그런 삶을 희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따스한 행동 필요했을 뿐 내가 원한 건 고드름이 아니지.
“오빠는 헤어질 때 어떤 사람이야? 어떤 징후를 주긴 해?” 나의 말에 너는 왜 그런 질문을 하냐 물었지만 답을 아는 듯했다. “나는 티 안내. 그렇게 헤어져.” 그 한 마디에 마음을 정리한 것도 알지 모르겠다. 숨겨도 숨겨질 리 없는 감정이었다. 기대하고 사랑해 봐야 나만 아플 테지. 어쩌다 보니 본 미래, 이별이었다. 감정적인 사람은 안될 것 같다. 네 표정이 굳는 순간 내 표정이 굳고, 내가 굳는 순간 네가 굳어버린다. 악순환이다. 동화가 잘 되어버리는 이들이기에 겪는 악순환. 언제까지 비굴할 수도 없을터.
내가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조금의 원망과 함께 변해버린 삶이 미웠다. 나 잘할 수 있을까? 해외로 떠나버리기엔 어학능력이 부족하고, 한국에 남기엔 미래가 두렵다.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할까. 오늘 하루에만 느낀 깨우침이 세 번. 세 번의 깨우침에 나는 또 한 번 작아져버렸다.
잘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 나도.. 걱정 없이 조금은 뻔뻔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럴 리 없겠지만 기적이 있다면 더 나은 내가 되어 있길 그런 기도를 해본다.
모두가 행복할 수 없지만 나만큼은 행복하길 바란다, 지구 평화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바람. 부정한 나는 오늘 조금 더 부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