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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지수로 남은 그대,

by 벼리울

이런저런 말을 적었지만 지우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이별은 저에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네요. 정말 사랑한다 느낀 사람도 있었고, 다신 보기 싫을 정도로 미운 사람도 있었지요. 합의된 연인은 아니었지만, 가슴 절절하게 좋아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와의 이별을 적을까 고민하다 그들을 만난 뒤의 이야기를 적기로 했어요. 그 사람을 미워한들 좋았던 감정 탓에 관계를 이어갔으니까요. 저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할 때마다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상처를 입었다면 입었고, 회복을 얻었다면 얻었지요. 상처받은 기억이나, 좋았던 기억을 흰 종이에 적으라 하면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의 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상처받기 두려워 먼저 이별을 꺼내곤 했거든요. "나를 사랑하긴 해?" 라며 묻게 한 그 모든 상황이 미워요. 상대방의 작은 망설임조차도 저에게는 관계의 끝을 암시하는 신호였거든요. 주춤거림으로 이별을 택하다니, 저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큰 사람이네요. 언젠가 "너는 내 어디가 좋아서 날 만나게 된 거야?"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이는 이유를 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말했지만,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사랑에 이유가 없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대의 진실한 감정일까요? 종교적 신념도 아닌데 말이지요. 왜 때문에 내가 있는 제주로, 태국으로 달려온 것일까 생각해도 답을 알 수 없습니다. 무릎에 피가 나는데도 참고 나에게 맞춰 준 사람은 그대가 처음이었고, 아직도 절절한 그 눈빛이 기억나곤 해요. "좋아해요"라 말하던 목소리도 말이지요.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조금은 달랐을까요? 미지수로 남은 그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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