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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Aug 29. 2024

이해라는 이름의 포기

이해를 바란 적은 없어요. 적극적인 공감도 그렇고요. 그저 듣고 저의 이야길 꺼냈을 뿐입니다. 동생은 저에게 만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 물었지만, 별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만날수록 나를 사람답게 어른이 될 수 있게 할 사람이라고, 은근 섬세하고,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라 좋다고. 그렇지만 그 모든 걸 확신할 수 없기에 노력한다 답하였지요. 그대를 어떻게 생각한들 그대는 제 생각과 다른 사람이니 말입니다. 나 스스로도 내 감정을 모르고, 인생의 갈피를 못 잡고 있으니 감히 그대를 평할 수 없었어요. 그대에 대한 마음을 반 정도 접었습니다. 잘 지내냐는 말에 말문이 턱 막힌 것도 그 탓일 거예요. 그댈 놓아드려야 할지 고민하는 요즘이 거든요.


관계를 만들수록 망가지는 느낌에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대는 이별할 때조차 어떠한 언질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 말했기에 먼저 준비해야지요. 그대와 헤어진다 하면 저는 조금 공허할지도 모르겠어요. 다시 사람을 찾아 나서거나 공부를 시작하겠죠. 그대를 만나는 제가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그저 맞춰주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이해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네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니 연인사이에 조금 웃긴 말입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나 또한 나를 모르고, 타인 또한 스스로를 모를 텐데 어찌 둘이 만나 사랑을 하는지요. 저는 스스로에게 가진 부담이 컸기에 조금의 자유가 필요했습니다. 그 때문에 눈물을 흘렸지요. 저를 놓으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포기할 생각도 없었고요. 그저 잠시 몽환적인 상태에 머물고 싶었을 뿐입니다.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워, 간헐적으로 찬 기운을 내뿜는 에어컨 바람을 쐬며 눈을 감았지요. 웃는 이들의 소리와 파도소리까지 귀를 덮치니 조금 외로웠네요. 그럼에도 그대의 전화 한 통에 웃음이 나온 것은 왜인지. 저도 참 미련한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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