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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by 벼리울

이력서를 적다.


나에 대해 알아갈 시기

너를 만난 건 큰 실수일지도 몰라.


글을 쓰라는 너의 말에도 평온하기에, 혹은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회피한 건 이런 글을 쓸까 두려움이 컸나 봐.


사랑이란 건 참 어렵고도 무거워서 차마 뱉지 못했지.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랑을 말하는지 금방이라도 무너질까 두려웠지 뭐야.


속으로 묻고 또 묻어두다 뱉은 말.

그래서일까. 네가 더 사랑한다는 말에 아차하고 말았어.


뭘 하든 예쁘다던 네가 내 눈을 피하는 건,

차마 날 껴안지 못하는 건

다친 네 발목 탓일까, 감정의 문제일까.


감정에 솔직하고 싶을 뿐, 너에게 눈치를 주려 던 건 아니야.


나에 대해 글을 쓰려니 속이 답답했어.

너를 고려한 삶을 선택하려니 말이야.


미래를 이야기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잖아.

바로 앞에 펼쳐질 삶도 모르는 걸


새로운 사람과 인사를 하며 느낀 건데, 나도 설렘이 있더라고.

너에게 스며들까 두려워.

자꾸만 너의 품에 담기려 하니 거리를 두어야겠지.


처음부터 말했잖아.

부족한 나는 행복 때문에 더욱 모자란 사람이 되어가.


인간에게 필요한 건 결핍.

너로 인해 매일 거짓말을 쌓는 난

너와의 관계를 정리하려다 참고, 알람을 꺼두었어.


사랑이란 이유로 바꾼 이름은

날 더 외롭게 해.


침묵이 날 죽이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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