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울 Nov 05. 2024

오사카

진에어 특가라는 말에 혹해 먼 미래의 여행을 예약했던 일본에 왔습니다. 사실 원치 않은 여행이었기에 잘 즐길 수 있을지 두려웠어요. 계획도 없어서, 출발 일주일 전에야 숙소와 주유 패스, 공항버스를 예약했을 뿐이죠.


평소 여행 중엔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느라 바빴지만, 이번에는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조금의 여유를 느끼기로 했습니다. 핑계 삼아 동영상 편집 앱과 카카오톡도 지웠고요. 그렇게 오사카로 떠났습니다. 출발 전, 여행 중엔 자유롭고 싶어 미리 일정을 마치려 하다 보니 밤을 거의 새우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어요. 공항에선 와인 한 잔으로 잠을 쫓았습니다. 피곤했던 탓에 비행기에서의 기억은 거의 없었고요. 그렇게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저는 오사카가 두려웠어요. 사람 많은 것도 싫고, 저를 알아볼까 피했던 곳이라 늘 “오사카에 가본 적 없어.”라고만 했죠. 오사카에 온 게 처음이라니 저 또한 신기한 순간입니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주유패스를 최대한 잘 쓰는 법을 계획했어요. 본전은 뽑아야 하니까요. 터지지 않는 데이터로 주변에 묻고 물어 갈 길을 정했습니다. 일정이 타이트해 밥도 못 먹었지만, 이상하게 든든한 하루였어요. 숙소에 짐을 맡기고 우메다 궁중공원을 찍고, 펩파이브 관람차까지 걸어서 다녀왔죠. 그리고 본 하늘에 감탄을 내뱉었지요. 전 하늘이 보고 싶었나 봐요. 늘 곁에 있는 게 하늘이었음에도 말이에요.


이맘때면 늘 혼자 떠나곤 했어요. 혼자인 게 외롭진 않지만, 이번엔 혼자라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어요. 오늘 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거든요. 셀카봉으로도 담기 어려운 그런 하늘이요.


이후 기모노를 입기 위해 주택 박물관에 들렀어요. 발이 꽉 끼는 신발을 신고 과거 일본의 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현대로 돌아왔죠.


오사카는 물의 도시라 불립니다. 바다도, 강도 가득해서 낭만이 넘친다 해요. 그래서 저도 몸을 담가 보기로 했습니다. 원더 크루즈를 타고 바라본 도톤보리 거리는 정말 화려했어요. 옆자리의 아이에게도 인사를 건넬 정도로, 뭉클한 순간이었지요. 그리고 오후 8시. 드디어 첫 끼를 먹었습니다. 추천받은 곳도 많았지만 이상하게 눈에 들어온 이자카야에 방문했지요. 그게 운명이라는 듯 말이에요.


메뉴판이 어려워 제일 맛있는 걸로 달라고 했더니, 복어가 나왔습니다. 번역기로는 소변과 면도기? 이상한 단어가 가득했는데 말이지요. 복어인 줄 모르고 주문했지만, 사시미의 맛에 반해 한 잔, 사장님이 추천한 사케의 맛에 반해 두 잔을 기울였습니다.


같은 사케를 마신다며 인사를 건넨 친구도 반가웠고, 35살이란 사장님, 그리고 간호 경력만 10년이라는 한국인 커플까지. 모든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잔을 기울인 밤이지요.


사실, 조금은 두려웠어요. 퇴사 이후 서른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잘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렇기네 이번 여행은 많이 내려놓고 왔어요. 캐리어의 무게도 11.8kg로 많이 비운 채 왔지요.


침대에 누워 적는 오사카의 첫날밤.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어요. 두려운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그리고 결론, 모르겠다. 일단 즐겨!


작가의 이전글 점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