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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크고 괴로우면 뱉어도 돼요.

by 벼리울

그런 생각이 든 거야, 널 사랑한다 말할 수 없던 그 많은 날에도 난 힘든 적 없거든. 오히려 눈빛으로 전해지는 그 진심이나 웃음 섞인 미소에 행복했어.


그래서 그럴까, 너와 헤어진 후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한 날. 난 우리가 이별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 뭐야.


며칠 전까진 죄책감인 것 같다는 말을 꺼냈어, 눈물을 펑펑 쏟으며 네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었을까 생각하고, 새로운 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꺼넀지.


그렇게 도쿠리를 한 병, 두 병 넘기고 나니 취기가 가득 올라 숙취 가득한 이틀을 보냈어. 다른 이를 만나도 이해하겠다는 말에 그러지 않을 거라 말하면서도 결국 널 기만하고 만 거지.


한 사람에게 마음을 쏟아야 하니 내 마음은 반 정도 다른 곳으로 보낸 거야, 다른 이끌림이 날 녹여버린 셈인가. 너무 크고 괴로우면 뱉어도 된다는 주은님의 말처럼 나는 널 뱉길 택했어. 다 녹여먹기엔 너무도 달고 컸던 알사탕처럼 늘 물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어디까지 말하고 전해야 할지 고민하기보단, 놓아버리는 걸 택한 셈이지. 그렇게 펑펑 운 밤이었나 봐, 운 줄도 몰랐는데 죄책감이라는 키워드를 주제로 울었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어.


덕분인가 내 속은 너무도 시원하게 뻥 뚫린 상태이기도 하고.


웃긴 건 두 사람 모두 물 사주에 바람기가 있대, 그걸 알면서 난 또 새로운 시작을 할까 고민하는 거고. 뭐든 하는 대로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데 마지막 남은 12월이니 알차게 보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일단 마음 가는 대로 해보자, 생각 없이 행동하던 어린 날처럼.


이 밤은 길지 않아, 그러니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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