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할 때, 모든 불안을 ‘믿는다’는 한마디 말로 묻어두려 한 이유는 뭘까.
나는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걸 알면서도 또 한 번 불구덩이에 몸들 던졌어. 나는 감정의 나르시시즘에 빠져있거든. 타인을 사랑하는 내 모습을 사랑했던 거야.
다른 말로는 날 사랑하지 않는 너를 그럼에도 사랑했다는데 위로를 얻은 거겠지. 연애를 시작하면 무언가를 포기하고 선택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 모든 걸 포기한 것 같기도 하고.
‘너와 함께 있으면 즐거워, 네가 좋아’라는 말로 나를 위로한 거야. 종교, 성격, 나이, 가정환경까지 수많은 리스트를 펼쳐두면서도 네 앞에선 모든 걸 덮어두는 거지. 네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 걸 외면해 왔기에 글을 적기로 했어.
나는 널 사랑했을까, 돌아온 너에게 잘 부탁한다며 잘해달라 말한 이유는 뭘까 물음표를 가득 담고 그에 대한 답을 적어보았지. 2024년 한 해는 너무도 힘들었는데 난 또 즐거웠다는 말을 뱉었어. 너에게 고마웠다며 널 과거의 인연으로 넘겨버렸고. 착한 척하고 싶진 않은데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나르시시즘에 빠져있거든
너는 알아서 척척 알아주고, 먼저 위해주지 못하는 사람과 더는 못 만나겠냐는 물음을 던졌잖아. 맞아, 더 이상 못 하겠더라고. “잘 지내, 난 여기가 끝이야.”라는 말로 널 보냈는데 그 순간 마음이 너무나 후련한 거야. 고해성사하듯 널 사랑한다며 이해하고자 했던 감정을 전부 던져버렸어. 그렇게 술에 취해 모든 걸 토해내듯 뱉어내니 후련하더라.
너와의 기억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넣지 못한 건 내 잘못이야. 내가 널 사랑하지 못했기에 두려워 마음을 조금 남긴 탓이지. 나는 너의 무심함을 ‘안정감’이라는 단어로,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 네 입을 ‘진중하다’라는 말로 애써 포장하며 견뎌왔어. 사랑이 뭐길래 그토록 뱉는 게 어려운지,
나이 30을 맞이하는 문턱에서도 멈춰서 사랑과 불안, 믿음이란 단어를 하나씩 곱씹어보니 결국 내 감정은 연기였더라고.
그래서 나는 올해 목표에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를 추가했어. 전부 네 덕이야. 덕분에 난 표현이라는 선물을 받았거든.
사랑한다 말해버린 순간 난 그의 노예가 될 거야.
너와의 만남은 즐거움과 슬픔. 두 단어로 남아 널 원망할 수 조차 없더라. 너에게 느낀 배덕감은 사랑 둘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한 나의 추억으로 남겨둘 테지. 하나도 안 고마웠어.
앞으로도 내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져 주길 바라. 이제 널 그리워할 일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