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또한 충격이 되어야겠다
주말에 푹 쉬어도 월요일이 되면 몸이 무겁다.
그래도 나서야지. 발길을 뻗은 하루.
후줄근한 원피스에 기본 레깅스.
말리다 만 머리로 집 문을 열었다.
아뿔싸. 오늘은 너무도 추운 하루였고, 버스 배차 간격이 바뀌었다며 버스는 올 생각이 없었다.
걸어가기엔 이미 늦었고, 택시를 타기엔 아깝다.
이럴 땐 퇴사를 해야 하나 충동이 살짝 들었지만 참고 아버지를 불렀다.
가족의 유일한 장점은 그런 거 아닐까?
늘 옆을 맴돌다 필요할 때가 되면 도움을 준다.
근데 같이 있으면 지긋지긋하다.
아버지의 차에서 내렸다.
내 눈에 보인 신발 한 켤레.
너무도 가지런하게 놓인지라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이 신발의 주인은 누구일까.
키는? 몸무게는? 어떤 사람이기에 신발을 두고 간 것일까 연유를 생각하자니 충격이 밀려왔다.
살짝 지루했던 월요일에 소소한 충격.
누군가에게 나 또한 신발 한 켤레 같은 사람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방귀를 뀌면 그 사람에게 나는 뭘 하는 사람일까 궁금증이 들겠지?
아니야. 생리현상은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계획을 포기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물을 뿌려볼까?
아니다. 자칫하면 상해죄로 신고당할 수도 있다.
전화하는 척 노래를 불러볼까?
이건 낯 가리는 내가 할 일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신발 한 켤레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