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지만 참고 있어.

by 벼리울

오늘의 일상. 뭐랄까 화가 나지만 참고 있달까.


딱히 별말을 하고 싶지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하루.


몸 상태가 안 좋아서, 호르몬 때문으로 치부하기엔 계속 두근두근 작열감을 주는 심장 박동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숨을 쉬다가도 한숨이 나오는 날. 이래서 사람은 함부로 만나는 게 아니라 했는데 또 마음을 주고받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아침엔 20분이라도 더 자려했지만 자연스럽게 눈을 떴고, 출근 시간을 늦췄더니 몸은 여유롭지만 마음이 조급했다. 분명 어제까진 화가 가득 차 있는지라 무엇이든 없애버리고 싶었는데 일어나니 너무도 태평한 몸 상태에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단순하니 다혈질인 걸까.


출근길엔 까마귀가 가득한 하늘이 보였다.

어젠 힘들어도 하루에 세 번 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어 행복했는데, 오늘은 이런 게 행복일까 하는 괴리감이 들었다.


뭐랄까. 기대를 안 하면 실망조차 안 한다는 마음으로 애써 기대를 버리던 내가,

다시 착오를 일으킨 느낌이랄까.


다시 기대하는 삶이 만들어지니 버거웠다.


기대가 없으면 서럽지도, 화가 나지도 않는다는데 이 모든 건 기대 탓이다.

응당 이런 반응을 보일 거란 믿음, 혹은 설렘 때문일지도.



걸어가던 사람들이 자욱한 안갯속으로 자취를 감추더니, 버스조차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사라졌다.

택시에 타 어디로 가야 하냐 하던 한 가수의 외침 같달까.

고요 속의 평온이랄까, 오싹함이랄까.

공포 음악만 틀어주면 공포 영화 하나는 뚝딱 만들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나 말고 다른 감독이 찍어야 가능하겠지만, 그런 상상은 할 수 있잖아?



귀여운 오리 친구를 보았다. 요즘 들어 지나가는 강아지나 고양이만 봐도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거는데 인형을 보아도 귀엽다는 말을 하는 거 보면 나도 많이 외로운가 보다.


어찌 되었든 일도 손에 안 잡힐까 걱정했는데 서운하고도 화가 나는 마음이 너무 컸는지 키보드를 두들기듯 열심히 일한 하루였다.


술도 진탕 마시고 취하려 했는데 다음 날이 출근이라며 소주 반 병을 아껴 마시고 그 상태로 집 가서 일한 것도 웃긴 포인트.


마음을 추스를 수 없다더니 씻고 잠에 잘 든 것도 웃음 포인트였다.


꿈에서는 전에 만난 친구와 고스톱 치는 꿈을 꾸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뭐든 이해 안 가는 일상.


오늘의 일상. 뭐랄까 서운하고도 화나는 감정이랄까.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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