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너를 만났지.
취향을 공유한다는 것.
우연하게 내가 고른 술을 네가 고른다는 것.
이름도 모르던 바를 서로가 좋아했다는 것.
제주라는 공간에 함께 살았다는 것도,
한없이 이기적인 인간이 공존할 수 있음을 알게 해 준 일.
나울씨, 나울씨는 저와 참 많이 닮은 것 같아요.라는 말에서 시작한 대화.
나는 너와의 대화로 회복을 얻었다.
내가 태어난 년도를 담은 낯선 차의 번호까지
전부 사랑할 만큼.
나는 이 공간에 푹 빠진 것 같아.
그렇게 하루 걸러 하루.
이곳을 찾았다.
잔잔한 어투의 팔자주름을 품은 그를 보기 위해,
혹은 그때의 감정이 좋아서.
네가 쓰는 어투와 너의 생각이 나와 한없이 닮은 것 같아.
또 시선이 갔다.
너를 보며 상유라 말했던가, 나는 위태로운 이를 좋아하는 걸 지도.
그렇게 또 한 걸음 걸어왔다.
저만치 먼 곳에서 바라본 네 모습.
시선을 맞출 수 없어 눈을 내리깔았다.
알 수 없는 끌림, 그 결을 따라 떠나는 여행.
서울의 한 바에서 만난 우리는
제주에서, 태국이란 공간에서 마주했고,
또 서로를 보내주었지.
인간의 연이란 참으로 얄궂어
쉽사리 오지도, 쉽사리 볼 수도 없다.
언젠가 올 인연이라기엔
네가 너무도 그리워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찾는 일.
묵직하게 깔린 안개의 향을 걷어내고,
내면을 드러내는 것.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 날은 안갯속 발견한 동백꽃처럼
한 없이 우연에 우연이 겹쳐.
나는 너와 조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