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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Mar 29. 2024

취향

그렇게 너를 만났지.

취향을 공유한다는 것.

우연하게 내가 고른 술을 네가 고른다는 것.

이름도 모르던 바를 서로가 좋아했다는 것.


제주라는 공간에 함께 살았다는 것도,

한없이 이기적인 인간이 공존할 수 있음을 알게 해 준 일.


나울씨, 나울씨는 저와 참 많이 닮은 것 같아요.라는 말에서 시작한 대화.


나는 너와의 대화로 회복을 얻었다.


내가 태어난 년도를 담은 낯선 차의 번호까지

전부 사랑할 만큼.


나는 이 공간에 푹 빠진 것 같아.


그렇게 하루 걸러 하루.

이곳을 찾았다.


잔잔한 어투의 팔자주름을 품은 그를 보기 위해,

혹은 그때의 감정이 좋아서.


네가 쓰는 어투와 너의 생각이 나와 한없이 닮은 것 같아.

또 시선이 갔다.


너를 보며 상유라 말했던가, 나는 위태로운 이를 좋아하는 걸 지도.


그렇게 또 한 걸음 걸어왔다.


저만치 먼 곳에서 바라본 네 모습.

시선을 맞출 수 없어 눈을 내리깔았다.


알 수 없는 끌림, 그 결을 따라 떠나는 여행.

서울의 한 바에서 만난 우리는

제주에서, 태국이란 공간에서 마주했고,

또 서로를 보내주었지.


인간의 연이란 참으로 얄궂어

쉽사리 오지도, 쉽사리 볼 수도 없다.


언젠가 올 인연이라기엔

네가 너무도 그리워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찾는 일.


묵직하게 깔린 안개의 향을 걷어내고,

내면을 드러내는 것.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 날은 안갯속 발견한 동백꽃처럼


한 없이 우연에 우연이 겹쳐.

나는 너와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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