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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Mar 29. 2024

눈물이 날 것 같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별거 없는 하루.

왜인지 울렁이는 감정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주 보던 강아지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날,

애써 주문한 커피를 쏟은 날.

심장이 떨려 일에 집중하지 못한 날.

그리고 타인을 만나지 못한 일까지 전부 겹친 하루.


왜일까.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치우자며 책을 꺼냈다.

라면에 치즈와 계란을 넣고 면을 건져낸다.


김밥 비슷한 밥과 치즈의 맛을 음미하며

국물을 한 입 마셨다.


치즈의 녹진한 맛.

라면에서 나온 전분, 계란의 탁한 맛까지-

전부 전부 느끼고 싶던 날.


뻥튀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한 입, 두 입,

자꾸 한 입, 또 한 입 물도 없이 씹어 삼킨 뻥튀기.


정신병을 앓던 이의 사설을 읽으며

또 한 입,


건져 놓아 굳어버린 라면을 쳐다보다

책을 덮었다.


나는 그저 일상을 그린 것 같아.

연락에 흥미를 잃은 것도 오래.


핸드폰을 꺼내 너에 대해 적었다.

내가 사랑했던, 혹은 좋아했던 너에 대한 이야기.


너라는 사람은 너무도 외로워

위태로운 나를 자꾸만 밀어냈다.


사랑, 사랑이라 했나.

우리에겐 사랑 없는 욕망.

욕망만이 가득했지.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냐는 말에

볼을 붉히면서도 널 사랑한 건

어찌 보면 널 좋아하는 나의 서글픈 발악이었을지도 몰라.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유다처럼.

넌 날 팔아넘겼다.


다만, 넌 살아있을 뿐.

너를 끊어내야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너의 품을 벗어난 나.


네가 그리웠다.

한 없이 짐승 같던 너의 눈빛을

그리워했다.


아무리 봐도 미워지지 않던 너의 모습.

너를 미워할 수 없어 나를 미워하던 밤.


그렇게 나는 제주도 떠났고,

또 제주를 떠났다.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무난하다며, 잘 지낸다 말했던 날.


문득,

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떠난 너와,

너를 잡지 못한 나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생길에 선 나와

너의 삶 속에 길을 잃은 우리.


나는 울고 싶은 것 같아.

눈물이 날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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