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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 Dec 15. 2024

How great thou art (1)

인간의 정체성과 기독교

또 오래간만에 조금 딥한 주제를 꺼내보려 말투를 다시 친근하게 바꿔볼 거야. 가끔 이렇게 글 쓰는 것도 재밌더라고? 이번 글은 좀 길어서 두 편으로 나눌 거야. 부제에서 봤다시피 이번 주제는 기독교야. 내가 교회를 다니게 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신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까지. 지금까지의 신앙생활에 대해 써보려 해. 참고로 우리 가족, 친척들 모두 무교야. 종교와는 거리가 가족 역사를 갖고 있어. 


맨 처음 교회를 갔던 건 프랑스에 살았던 초등학교 때야. 엄마의 지인분이 교인이셔서 교회에 초대를 해주셨었고 마냥 어렸던 나는 별생각 없이 엄마를 따라갔지. 그때 처음 접해봤던 교회에서의 경험은 그닥 좋지 않았어. 일단 전체적으로 강압적인 분위기였어. 기도, 찬양을 강제로 시키는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튀기 싫어하는 내게 찬양곡에 맞춰 춤을 춰보라는 그때 지도자의 강요 아닌 강요는 내게 반감을 심어줬지.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중얼거리며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린 마음에 조금 무서웠어.


그런 꺼림칙한 경험을 하고 한국에 돌아온 중학생 때 영문도 모른 채 길거리에서 전도를 당한 경험이 있어. 방과 후 학원을 가던 도중 어떤 아주머니 한 명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었지.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기 아들들 얘기를 3-40분 동안 하시며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하시더니 마지막엔 교회를 다니냐며 그렇지 않으면 한번 다녀보라는 권유에 나는 학원에 늦었다며 뿌리치고 급하게 자리를 뜬 기억이 있어. 거기에 얹어서 포털사이트에 종종 종교 관련 기사들을 보면 목사들의 성범죄 기사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기에 기독교에 대한 내 인식은 더욱 부정적으로 박혀 버렸던 것 같아.


그런 상태로 미국에 오게 됐지. 한국 친구들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파워 집돌이인 나는 그렇다고 굳이 나가서 활동을 하고 싶지도 않았어. 혼자 너무 잘 노니까. 그런 내가 사회성이 떨어질까 걱정되신 엄마는 사람들이라도 좀 만나러 동생이랑 딱 한 번만 교회에 나가보라 권하셨고 나는 마지못해 떠밀려 프랑스에서 갔던 이래로 처음으로 교회란 곳에 가보게 돼.


이미 꽤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던 나는 미국 교회라고 뭐가 다를까 생각하며 큰 생각이나 기대 없이 방문했었어. 예배당에 입장하자마자 한 친구가 가볍게 인사를 하며 오늘 처음 온 거냐고 묻고 환영한다는 말을 할 때 옛 기억 때문에 괜히 또 긴장하게 되더라. 그런데 웬걸. 이 친구는 내게 호구조사도 딱히 하지 않고 예배가 시작했을 때 전혀 강압적인 분위기 없이 그저 자기만의 기도와 찬양을 묵묵히 하더라고. 그래서 오히려 이게 더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생각보다 찬양곡도 듣기 좋더라고. 교회에 새로 온 사람들에게 교회에 대해 소개를 해주는 시간이 예배가 끝난 후에 짧게 있는데 이 친구가 그 시간까지 끝까지 옆에서 불편한 건 없는지 물어봐주고 재밌게 대화했던 기억이 있어. 끝엔 이 친구가 내 고등학교 후배인 것까지 알아냈지.


이때 문득 "내가 알던 기독교인들의 이미지랑 정반대인데? 원래 기독교인들의 이미지가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이때 이래로 정기적으로는 아니었지만 종종 교회에 나가곤 했지. 날 처음에 반겨줬던 고등학교 후배 친구 말고도 나와 동갑인 친구들이 몇 있었고 그 아이들도 어느 정도 나랑 잘 맞고 대체척으로 사람들이 선하고 좋았어. 교회 친구들이랑 같이 밥 먹고 놀러도 다니고 그러면서 친해지다 보니까 부정적이었던 내 인식도 점차 사라졌지.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교회라는 곳이 편하진 않았어. 그저 사람들이 좋아서 갔던 것일 뿐. 대학교에 가서도 한인 교회 커뮤니티를 찾아다녔는데 1학년땐 적응이 어려웠어. 교회에선 목장모임이라는 걸 하는데 친목 겸 성경공부를 하는 소모임 같은 거라고 보면 돼. 그런데 내가 대학교에서 다니기 시작한 교회가 살짝 보수적이고 FM으로 성경공부에 진심이었던 터라 다시 옛날에 좋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큰 부담감을 느꼈지. 그래도 한인 커뮤니티가 절실했던 나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조금만 더 지내보기로 하고 결국엔 점차 적응을 하고 그렇게 2학년이 되게 됐지.


그리고 2학년 때 한 번 더 큰 발상의 전환을 하게 돼. 고등학교, 대학교 때 다닌 교회들 모두 한인 2세들이 주가 되긴 했지만 모든 예배를 영어로 드리던 교회야. 사실 그래서 목사님의 설교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지. 언어가 편하지도 않았는데 관심도 없었던 기독교, 성경에 대해 1시간 동안 얘기하고 있으니. 이게 1학년때 적응하기 오래 걸렸던 것에 큰 이유지 않았을까 싶어. 그런데 2학년 때 나처럼 한국어가 편한 몇몇 사람들을 위해 선배 한 명이 한국어로 진행하는 목장을 하나 개설하고 싶다며 목사님께 권유했고 그게 승낙이 돼서 나도 그 목장으로 들어갔지. 확실히 나는 생소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 한국어로 해야 더 이해도 잘 되고 의견 피력도 더 하게 되는 것 같아. 이때 목장모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해봤지.


"교회라는 집단이 어쨌든 친목만을 위한 모임이 아니고 성경에 대해 기독교에 대해 하나님에 대해 알아가고자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나도 이제 여기에 몸 담은 지 좀 된 만큼 좀 알아가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그때 처음으로 성경이란 걸 나 스스로 읽어보기 시작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메모해 뒀다가 친구나 선배들한테 물어보고 마치 학교 수업 대하듯이(?) 기독교에 대해 배워보려는 노력을 조금 한 것 같아. 듣자 하니 연대를 포함한 한국 몇몇 대학들에 채플이란 수업이 있다며? 거기서는 어떤 식으로 배우는지 궁금하긴 하네.


그렇게 대학교 2학년때부터 이런 공부 아닌 공부를 한 지 4년 정도가 지났다 보니 어느 정도 기독교를 대하는 내 가치관이 생기게 된 것 같아. 이건 다음 글에서 계속 얘기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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