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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 Dec 19. 2024

How great thou art (2)

인간의 정체성과 기독교

이전 글에선 내가 교회라는 곳에 오기까지, 그리고 기독교에 대해 배워보기까지에 대해 써봤어. 이번 글에선 현재 기독교를 바라보는 내 시선에 대해 적어볼 거야.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크리스천 친구들과 토론하고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면서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세워졌어.


첫째로 복음이라 하는 개념, 즉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3일째 되는 날에 부활하셔서 우리의 모든 죄를 씻어주시며 우리는 영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개념은 믿을만한 정도인 것 같아. 여기서 믿을만한 정도다라고 하는 건 "믿습니다, 아멘" 이런 게 아니고 "어, 그렇구나" 정도?

왜냐면 세상엔 수많은 종교들이 있는데 그중에 기독교가 가장 큰 이유, 그리고 아주 옛날부터 기독교가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게 뭔지는 당연히 난 정확히 모르지만, 기독교가 정말 엉터리에 하나도 말이 안 되는 개념이었다면 지금까지 생존해오지 못하지 않았을까란 내 의견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를 믿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야. 나름대로 성경도 읽어보고 다른 교회 커뮤니티 안에서 목장모임이라 하는 것들도 해보고 여러 경험담과 의견들을 들어왔지만 아직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가치관으로는 받아들일 없는 것들이 많아.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사람의 정체성과 노력에 관한 이야기야. 예를 들어볼게. 학생이라면 학점 올 A+, 직장인이라면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대박 났다고 쳐보자. 그럼 나는 그 학생/직장인 친구에게 고생했다고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거야. 물론 그 결과물이 100% 본인의 노력의 의한 산물은 아니겠지. 학생이라면 교수님의 질 좋은 강의 (매우 찾아보기 힘들지만) 혹은 스터디 그룹에서 선배들이나 동기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고, 직장인이라면 상사의 조언이나 동료들의 협업이 있었을 것이고 또한 약간의 타이밍과 운이 작용했을 수 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성공의 대부분의 공을 본인에게 돌리는 편이. 어쨌든 그 모든 리소스를 잘 이용해서 결과물을 낸 건 본인일 테니까. 하지만 내가 교회 커뮤니티에서 항상 들은 말은 "God made it possible for you. It's all God's plan. Always be humble. (주님께서 가능하게 도와주신 거고 다 주님의 계획 아래 이뤄진 거야. 항상 겸손하도록 해") 였. 그 반대의 경우도 그. 시험에서 F를 받거나 도맡았던 프로젝트가 폭망 했을 때 나라면 그 상황에 대해 많이 속상할 테고 어느 부분을 놓쳤고 개선해야 하는지 돌아볼 거야. 하지만 다시 내가 교회 커뮤니티에서 매번 듣던 말은 "No need to be so sad. It's all God's plan. (그렇게 슬퍼할 것 없어. 다 주님의 뜻이니까)"였.


이런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의미가 딱히 없지 않나 생각해.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계획 아래 살고 있고 모두 하나님의 종인 셈이. 난 인간의 아름다움은 각기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가치관들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그 다양성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 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쌓아온 정체성과 노력을 부정하고 그저 하나님의 아들, 딸이라고만 정의하는 것은 나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


물론 이 얘기를 크리스찬 친구들과 나눠봤고 이에 대한 반박도 들어봤. 그중 하나는 노력의 비중에 관한 것. 결과에 대한 본인의 비중이 70%, 주변의 도움을 25%, 5% 정도를 운, 타이밍이라 했을 때, 이 운과 타이밍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고 그러므로 초월적인 누군가의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즉, 그 운과 타이밍이 비록 백분율상 적은 비중을 차지할지라도 하나님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는 주장인거지. 또 다른 의견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였. 살다 보면 자주 느끼게 되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잖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하다는 걸 깨닫게 되지. 그 말은 즉슨,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던, 그 결과는 내가 쏟은 노력과 별개로 내 손을 떠난 일이고, 그 결과는 오직 하나님께서 정해주신다는 의견인거지.


둘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 생각. 하지만 나를 설득시킬 정도는 되지 못하더라고. 내가 의문점을 가진 포인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이 아니었고 서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곳이 조금 다른 것 같아. 그래서 결국엔 신앙이라는 건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고 오직 그 "믿음"의 유무, 기독교에서 흔히들 얘기하는 하나님과 본인과의 개인적인 관계형성이 있어야만 저들의 논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 개신교는 성경을 진리로 여기고 적혀있는 모든 것들을 믿고 그대로 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교리인데, 난 이런 정체성과 노력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내 가치관으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 여럿 있어. 성적인 요소 라던지, 천국/지옥 같은 영원의 개념이라던지. 내가 아무리 교회를 성실히 다니고 있다 한들 내가 갖고 있는 신념 중에 성경에 반하는 것들이 있기에 난 내가 기독교인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러기도 싫어. 정말 신실한 기독교인들에게도 먹칠을 하는 꼴이 될 테니까.


물론 내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 일수도 있지. 지금 내가 나열한 것들은 오로지 텍사스에서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에게서 들은 의견들이야. 즉, 아주 보수적인 의견이 많다는 뜻이지. 내가 미국 서부에서 아니면 한국에서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에게도 이런 얘길 해보면 내가 종교에 대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복음에 대한 믿음 그 하나뿐이면 기독교인이냐 아니냐가 갈라지는데 말이지.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잖아? 난 나름대로 너무 머리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하는 건 좀 재밌는 것 같기도 해.


이런 요소들을 모두 포함해 여전히 교회를 다니고 있는 이유는 정말 여깄는 사람들이 좋아서도 있고 아직 난 기독교에 대해 많이 모른다고 느낀 것도 있어. 부모님이 기독교인들이셔서 자신도 태어났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게 된 사람들을 모태신앙이라고 하는데 교회엔 이런 사람들이 참 많아. 그런데 이렇게 20년 남짓 하는 시간 동안 교회를 다닌 사람들조차도 자신도 아직 믿음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다반사야. 이제 고작 5년 정도 돼 가는 내가 뭘 안다고 지금 바로 결론 내리기도 섣부른 것 같고 교회 커뮤니티가 난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편하고 좋아. 조금 밖으로 나와 가볍게 제삼자의 시선으로 볼 때 힘들 때 의지할만한 무언가가 생긴다는 것도 뭐 나쁘지 않아 보이고.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몇몇 찬양곡들도 내 플리에 저장해놓고 듣기도 해.


앞으로 어찌 될지는 나도 모르겠어. 실제로 주님을 만나게 돼서 나 스스로 떳떳하게 기독교인이라고 칭하게 될지 아니면 끝없는 배움에 지치거나 신앙심이 딱히 없는 사람들을 새로 만나서 교회와 멀어지게 될지. 그때까지는 일단 교회에 대해, 기독교에 대해, 크리스찬들에 대해 더 알아가보려 해. 어쨌든 미국에서 한인으로 살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한인 커뮤니티가 교회기도 하고 나도 궁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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