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무게
정말 멋진 책이다. 3주 동안 정말 천천히 매일 읽고 붙이고 생각하며 탐독했다. 이렇게 공들여서 한권의 책을 읽어본 것이 얼마 만인가. 이 또한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멋진 독서라는 행위의 쾌락이었다. 책친구들과 이 멋진 느낌을 공유하고 싶다. 그러지 않았겠지만 그럴 수 있었다면 한 챕터씩 같이 읽고 누군가(레이랜드에게 버크가 그런 것처럼)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만큼 나의 번외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을 사랑하는 그대들의 손에 꼭 쥐여주고 싶다. 그대들이 나에게는 버크이니까. 함께 나누고픈 마음으로.
마침내 레이랜드가 본인의 글을 쓰면서 루이퐁텐을 상상하며 친밀감을 느꼈던 것처럼, 나도 레이랜드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상상하며 깊은 친밀감을 느낀다. 어쩌나 이 긴 여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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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촌 워렌이 레이랜드에게 남긴 편지 중) 사랑하는 사이먼, 너는 늘 강하고 경탄스러운 아이였고, 아무도 모르게 학교와 부모님 집을 떠나서 대도시의 불빛과 그 아래 다니는 기차로 도망친 소년이었다. 이 얼마나 놀랍고 진기하며 위험한 의지인가! 도박꾼의 의지다! 우려움에 떨 때도 많겠지만 얼마나 큰 자신감이 필요한 일인가! 네가 이렇듯 뜨겁고 정신 나간 의지, 그리고 그 의지의 바탕이 되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다시 한번 불태워서 너 자신의 단어로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펜을 잡길 바란다. 회고록 형식도 괜찮겠지만, 이야기 형식이 더 좋겠지. 내면 가장 깊은 것을 주인공들이 촘촘한 시적 형태로 경험할 수 있으니까. 나는 네가 이 일에 필요한 솔직함과 단호함을 갖추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자면, 아무도 네 계획을 알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