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전 회사인 R사는 세계 1위의 오픈소스 기업이었습니다. 지금은 I사에 인수되었지만, 당시 저는 독점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던 기업에서 R사로 이직하면서 오픈소스 기업의 운영 방식에 많이 놀랐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스코드를 공개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신기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지원 서비스'가 가장 큰 비즈니스 모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점은 오픈소스의 핵심 가치(개방성, 투명성, 협업)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R사는 단순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소스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기업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업스트림 우선' 정책입니다. R사는 자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 전에 먼저 커뮤니티에 공개합니다. 심지어, 기존에 상용 소프트웨어였던 제품을 인수하더라도, 그 소스코드를 오픈소스로 전환합니다. 이후 커뮤니티에서 코드가 승인되면 비로소 기업용 제품으로 출시됩니다.
이 과정에서 R사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만, 전 세계 수많은 개발자와 고객들이 참여합니다. 즉, 커뮤니티라는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함께 협력하며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투명한 협업 방식은 사용자(고객)에게 다음과 같은 신뢰를 줍니다.
☘️ 기술 종속 위험 낮음 : 특정 기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 가능
☘️ 최신 기술 제공 : 오픈소스는 폐쇄형 소프트웨어보다 발전 속도가 빠름
☘️ 기술 리더십을 갖춘 기업임을 증명 : 커뮤니티를 주도하면서 기술력을 확보
디지털 채널을 통한 영업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홍보 메시지 속에서 고객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특정 기업의 솔루션을 선택할까요? 뛰어난 기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기업의 신뢰성입니다. 그리고 R사는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통해 신뢰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DeepSeek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저는 낮은 GPU 사양이나 학습 비용보다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는 사실에 더 놀랐습니다. 그것도 MIT 라이선스라니!
놀란 이유는 단순합니다. DeepSeek가 AI 기술 경쟁의 패러다임을 '생태계 경쟁'으로 바꾸려는 의도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기존 AI 시장에서는 개별 기업이나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하지만 DeepSeek는 오픈소스를 통해 AI 기술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아직 DeepSeek의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과 보안에 대한 우려, 중국 정부의 국가 전략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구심 등이 있죠.
이런 복잡한 요소들이 DeepSeek의 확산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저는 DeepSeek가 AI 패권 경쟁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핵심은 바로 'AI 생태계 구축'에 있습니다.
만약 DeepSeek가 현재의 우려를 극복하고, 방대한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한 기업의 역량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는 거대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픈소스는 단순한 코드 공개가 아닙니다. 기술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이자, 글로벌 협업을 촉진하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기술과는 다른 관점에서 DeepSeek의 미래가 정말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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