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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노래와 가짜 의사

by 최종일

요즘 유튜브에 AI로 만든 광고들이 늘었습니다. 가상 캐릭터가 나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 제발 병원 가지 마세요", "이 약 먹고 효과 없으면 제 전 재산 드립니다." 물론 그 캐릭터에게는 책임도 재산도 없습니다.


어제 본 한 유튜브 콘텐츠에서는 같은 AI 기술이 전혀 다른 곳에 쓰이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뱃사람들에게 고래의 노래는 신비의 대상이었습니다. 무리 지어 소리를 내며 이동하는 고래들의 노래는 웅장한 합창처럼 들렸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오랜 시간 고래의 노래를 분석한 결과, 이것이 사실은 대화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국제 연구 프로젝트 Project CETI는 AI와 해양생물학, 언어학을 결합해 향유고래의 '코다(Coda)'라 불리는 클릭음을 분석해 왔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클릭음들이 인간 언어의 음소처럼 기능하는 '고래의 음성 알파벳' 같은 체계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올해 12월에는 WhAM이라는 모델이 발표되어 실제 고래 클릭음을 학습하고 합성 코다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고래에게 우리가 '언어'라 부를 만한 복잡한 의사소통 체계가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이 연구 과정에서 AI는 클릭음의 패턴과 구조를 분석하고, 고래의 행동 데이터와 소리를 매칭하며, 합성 코다까지 생성해냈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 여러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근미래에 향유고래 통역기가 나온다면, 고래는 우리에게 무엇을 물을까?


가짜 의사는 우리를 속이고, 과학자들은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킵니다. 같은 기술, 다른 선택입니다.



<이미지 출처 : Karim Il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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