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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attobroone Apr 12. 2022

소비자는 그런 거 모른다. 좋은 서비스는 그냥 쓸 뿐

다수를 믿는 건 소비자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가 좋은 판단이다




처음 내가 스타트업계에서 일하겠다고 했을 때, 집에서는 참 반대가 심했다. 무조건 대기업 & 전문직이 최고인 부모님 세대에서 '스타트업'이라니! 그중에서도 사회와의 상생과 사회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소셜벤처'라니! 생소하고 당황스러워하셨다. 심지어 그때는 약 3~4년 전이었으니, 현재 규모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회사들도 지금보다 훨씬 덩치가 작았고, 그에 따라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일과 사회적 인지도도 상당히 낮았다.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참 격렬하게 대립했던 기억이 난다. 나름 머리가 큰 애가 하는 일을 무턱대고 말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알고 있는 기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가는(창업)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응원할 수도 없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루 종일 고민하고 행동하면서 새벽이 다 되어 들어와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자는 아들을 보는 쓰라린 마음까지 더해졌다.


창업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꽤나 비슷한 것 같다. 실제로 현업에서 최선을 다해 창업하고 있는 분들은 앞을 보고 달려가시느라 못 느낄지 모르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와 새로운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작한다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 굉장히 큰 자부심이 되었다. 그것이 단 한 번의 경험이라도 말이다.










얼마 전, 아침 상에 못 보던 새로운 음식이 올라왔다. 주꾸미와 갈비탕이었다. 어디서 사셨나고 물어보니, '마켓 00'에서 사셨다고 한다. 할인 혜택이 있어서 썼는데, 이게 아주 요새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여기서 파는 음식이 썩 괜찮고 맛있다고 했다. 그때 느꼈다.


아! 어쩌면 소비자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있어 가장 정직하다. 대표의 이력, 서비스의 가능성,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방법은 모두 둘째 치더라도(그러나 공급자인 사용자 입장에서는 꽤 중요한 가치들이겠지만) 서비스를 사용하고 말고의 가장 최우선은 결국 유사 관계가 있는 집단 내의 입소문에 의한 판단과 서비스 그 자체의 효용이구나


재미있는 건 동생도 뉴스에 등장하는 '배달의 00'의 배달비 관련 약정 등을 보며, 특정 회사들이 자영업자를 갈취한다는 인상을 받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특정 회사들을 욕하면서 동시에, 음식을 시켜먹겠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켜는 앱은 '배달의 00'이었다.


공급자는 하나라도 작은 차이를 만드려고 노력할지 모르지만, 소비자는 제품을 공급하는 공급자보다는 상대적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결국 그것의 구현 단계에서는 하나하나 쪼개 구현한다고 할 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입체적으로 '하나의 제품 혹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을 사용할 만큼 그것이 알려져 있고, 효용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또, 특정 행동을 하기 위해서 촉발되어 습관적으로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다만, 조금 더 추가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면 소속한 집단의 타 이용자들의 생각과 말을 학습하고, 그것을 구매 패턴에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뛰어난 창업가는 그것을 구현할 방법이 있는 공급자이면서도 그 제품군 또는 서비스를 즐겨 사용하는 소비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어떤 제품이 시장에 나와있고, 시장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데스크 리서치로 창업의 방법론에 불과하지만, 어떠한 서비스를 선택 시에 열정적 소비자로서 의사 선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인을 아는 것은 창업자이기에 앞서 뛰어난 '기획자'의 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비자가 의사결정을 하고 구매를 하는 과정에 이르는 방법론보다도 본질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까지 미치는 정성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해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뛰어난 기획자이자 창업가는 아닐까








마쓰다 무네아키(Masuda Muneaki), CCC 클럽 최고경영자.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기획해 성공시켰다.


마쓰다 무네아키의 '지적 자본론'은 한창 츠타야의 신화가 뜨거울 코로나 전 무렵 읽었었다. 책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 다시 책을 들춰보지 않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말하자면 그는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는 '기획자'였다는 것이다. 작은 습관과 그들의 행동을 보고 그 흐름을 읽었다. 요컨대, 자신이 보는 현상에서 '왜'를 끝까지 따라갔으며, 정량적으로 표현되는 정보들이 아니라 직접 호흡하고 느끼며 얻는 정성적인 정보와 직관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내가 시장의 소리를 그대로 따랐다면 더 빠르고 값싼 마차를 만들었을 것이다.
-핸리 포드 (Henry Ford, 포드 자동차 창업자)
우리의 일은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 (Steven Paul "Steve" Jobs, 애플 창업자)


생각보다 주요한 창업가(創: 비롯하다, 業: 일, 者: 사람. 새로운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책상 위에서 남들이 분석한 시장 자료를 읽고 해석해 투자하거나 하는 컨설턴트형 인간이라기보다는 마쓰다 무네아키의 사례처럼 누구보다 현장 가까이에서 몰입하고 그 너머의 무언가를 보아 뛰어난 무언가를 제공하는 사람들이었다.



창업은 결국 그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사람'을 읽어내는 문제라는 점에서 '서핑'과 비슷할지 모른다.


어쩌면, 창업은 파도를 타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아직 그 파급력으로 파도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기에 파도를 타는 일 그 이상(혁신의 범주)은 모르겠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고, '왜'를 파악해 그들에게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적어도 혁신의 영역에 가까운 사람들이자 창업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고료를 받지 않고 작성된 글이며, 주관적인 생각을 밝힌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특정 단체, 특정 인물과는 무관하며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특정 인물을 비하할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미지 및 원문의 저작권 관련해서는 개별적으로 문의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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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12

<소비자는 그런 거 모른다, 그냥 좋은 서비스를 쓸 뿐>


참고자료 및 그림 출처 :

마스다 무네아키 사진 참고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anackne&logNo=220383574143

 https://www.pinterest.co.kr/pin/314477986490118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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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00 공식 홈페이지

https://www.b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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