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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 atto broony Apr 24. 2022

MBTI, 학벌과 같은 단적 지표가 의미하는 것

현재 인간의 단면을 지표 화하는 것에 대해


MBTI 타입별 성격을 나타내는 그림 (출처 : 핀터레스트, 이하 하단 표기)


지금 한국은 MBTI 열풍이다. 어렴풋, 중고등학생 때 인격 검사의 지표로 검사지를 받았던 기억이 있었지만 그것이 유행하는 것은 왜인지 지금이다. '누구는 어떤 MBTI다, 누구는 어떤 MBTI다'라며 마치 서로의 이름 다음으로 성격을 묻듯, 그건 언젠가부터 재미 반 진담 반으로 기능하고 있다.


사실, MBTI는 굉장히 흥미롭다. 모든 사람들의 성격이 각각 다르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기 마련인데, 그것을 16가지의 성격으로 그룹화했다는 생각이 특히 그렇다. 사실 MBTI가 100가지로 성격 군을 그룹화했다면 사람들 개개인의 성격을 더 정확하게는 표현할 수 있었더라도 이렇게까지 흥미롭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아마도 MBTI가 굉장히 흥미롭고 사람들에게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나름 꽤 들어맞는 개개인 성격 간의 '적절한 묘사'와 '적절한 그룹화'가 아닐까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MBTI와 같은 단적인 지표에 너무 신경 쓰는 바람에 '확증 편향'으로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저 사람은 "0000(MBTI)라서 저래~, 너 0000이라서 그렇지?"와 같은 식으로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특정 MBTI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식이다.


물론, MBTI는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유용하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 그 사람 성격의 정말 모든 것인 양 판단하는 것은 MBTI를 만든 심리학자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사람의 성격은 변한다고 믿고, 실제로 사람은 바뀐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MBTI가 의미하는 것은 그 사람이 '현재' 생각하고 생활하는 성격 일반을 나타내는 표준화되고 추상적인 지표일 뿐, 그것보다 자세하고 변화할 성격을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그것은 그 혹은 그녀가 변화해왔고 변화할 성격의 '지금'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그것으로 인한 확증 편향은 위험하다. 










 외국에서 살아보지는 않아서 한국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때로는 한국 사회는 어떤 면에서 그 사람을 하나의 '상징'으로 표현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 MBTI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 사람 자체를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치 '학벌'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 사람의 진면목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때로, 처음 만난 자리에서 "000(학교 명) 출신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마주치곤 했던 일이 있다. 먼저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본인을 평가하는 것만큼 타인도 평가하는 사람이겠구나...'와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소위 다른 사람들에게 먹히는(?) 카드를 먼저 꺼내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뭔가 자격지심이 있는 건가...'. 반면 대화 중에서 "아 제가 그 근처에서 공부해서 인근 지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던 사람은 보다 세련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공부'한 곳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어, 출신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껴졌었다.


사실, '학벌'이라는 시스템은 MBTI가 그렇듯 누군가의 '상태'를 판단하기에 참 편리하다. 개개인의 실력과 그 검증, 그리고 세부적인 성격과 성취도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소모될뿐더러 앞선 MBTI의 사례와 같이 그룹화할 수 없기 때문에 실용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의미도 없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것은 성장하고 있고 성장할 누군가의 잠재력을 나타내지 못하고, 중-고등학교, 특히 고등학교 생활의 단편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것에 매몰되는 것은 앞선 '확증 편향'의 사례와 같이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위험한 것은, 누군가의 취향이나 그 혹은 그녀가 가진 세상을 단 몇 가지 지표로 치부하며 무너뜨려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MBTI나 학벌 그리고 출신 지역, 직업과 가정환경 등을 완전히 배제하고 그 사람만을 볼 수 있다면, 참 이상적으로 사람을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는 하기도 어렵고, 사실 할 수도 없다. 연이어 터지는 주요 대학 입학자 사건과 직업 관련 비리에 비추어 볼 때, 직업 선택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력은 더 이상 무시할 수도 없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지연 학연과 개개인의 인프라는 꽤나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어, 그 혹은 그녀의 인생에 관여한다. 또, 결국 특정 준거틀과 프레임 없이 생각하는 것은 망상일 뿐 정확한 논리에 근거를 둔 판단이 아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모든 배경과 상황을 배제하고 그 사람만을 보기는 참 쉽지 않다.


누군가를 사귐에 있어, 그리고 살아감에 있어 타인의 삶의 방식이나 다양한 지표들은 그 혹은 그녀를 이해하는 하나의 준거틀로써 기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앞서 말했듯, 완전히 준거틀이 없는 사고는 망상에 가까울지 모르고, 결국 그가 살아온 과거는 어떠한 형태로든 그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뿌리가 어떤지에 따라 미래에 달라질 성격이나 가치관까지 대변한다 할 순 없다. 앞서 말했듯 그것은 특정 시점의 단적인 그 사람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타 외적인 부분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더라도 그 사람 만을 바라보려는 시선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글까지 쓰는 내가 가장 과몰입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료를 받지 않고 작성된 글이며, 주관적인 생각을 밝힌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특정 단체, 특정 인물과는 무관하며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특정 인물을 비하할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미지 및 원문의 저작권 관련해서는 개별적으로 문의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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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24

<MBTI, 학벌과 같은 단적 지표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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