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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attobroone Aug 09. 2023

국립현대미술관
<WE - 마우리치오 카텔란 展>

틀에 박힌 사고를 거부하는 창발적인, 그렇기에 발칙하고 기억에 남는



그의 전시나 작품 그리고 생각은 매우 직관적이다. 작품을 보는 순간, "아차!" 싶을 정도로 빠르고 직관적이게 생각의 빈틈을 파고든다.



<코미디언> - 마우리치오 카텔란 作


이탈리아의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는 <코미디언>으로 유명하다. 바나나 한 송이를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이 작품은 해외에서 누군가가 그것을 떼어서 먹어버렸다는 일화로 대중에게 더욱 유명해졌는데, 국내에서도 서울대 미대에 재학 중인 누군가가 전시된 작품을 떼어먹어버렸다고 해 각종 매체에서 보도된 바 있다. (물론 대외적 차원에서 전시의 홍보, 개인적 차원에서 자기 PR에 전시물 본연의 의도가 이용되고 왜곡된 측면이 있기는 하다.)


카텔란은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으며, 위의 <코미디언> 이외에도 다양한 발칙한 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그 예로 '속죄하는 히틀러', '다리에 운석을 맞은 교황', '천으로 덮인 수많은 주검'을 모티브로 삼아 만든 작품들을 전시에서 볼 수 있는데, 그가 다룬 주제들만 보아도 매우 사회 &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인지라 각국에서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의 일면을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되듯, 그의 몇몇 작품들이 유명하다고 그의 전시를 이슈화시킨 작품들만 보고 그의 작품세계를 판단하는 것은 반만 그의 전시를 보고 온 것이나 다름없다. 







학창시절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카텔란 본인과 말을 매달아놓거나 벽에 쳐박아놓는 것 같은 전시물들. 어떠한 사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대한 그의 거부감 또한 드러난다.


그는 학교 다닐 때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모범생을 동물인 '말'에 비유한 다 고하는데 따지자면 그는 말과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인 말썽쟁이 느낌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작품 곳곳에 말을 벽에 처박거나 공중에 매달아 놓는 등의 전시가 많고,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장난스럽고 형식을 파괴하는 자신의 모습을 전시관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또, 다른 사람들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제나 기존의 관습을 파괴하려는 경향이 전시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것은 전시 초입에서 도화지를 Z형태로 찢어놓은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영화 '조로'의 Z를 도화지에 그려 기존의 관습과 규칙을 타파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듯하다. 


한편, 그의 전시나 작품 그리고 생각은 매우 직관적이다. 작품을 보는 순간, "아차!" 싶을 정도로 빠르고 직관적이게 생각의 빈틈을 파고든다. 이것은 마치 빈민가에 온 듯, 곳곳에 있는 비둘기와 초입에 홈리스 마네킹을 설치한 것에서 잘 드러나는데 자세한 것은 전시 사진을 보면서 후술 하고자 한다.




   






전시 입장 직전의 홈리스 작품. 전시인 줄 몰라서 피해가는 사람도 많았다.


미술관 입구에는 사람들이 다들 피해 가는 홈리스가 리움미술관 입구에 자리 잡고 누워있었다. 아무도 사진 찍지 않고, 피해 가기만 했다. 매우 사실적으로 전시된 작품에 심지어 필자도 '미술관 측에서 조치하지 않는 건가?' 라며 의아하기도 했다. 그리고 "저것도 전시의 일부래"라는 동행인의 말을 듣자마자 '아차! 카텔란에게 한방 먹었다'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전시 곳곳에 있는 비둘기도 그냥 조형물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텔란이 "너희들 미술관에 오니까 고고하게 뭐라도 된 것 같지? 노숙인이 앞에 있으니까 불편했지? 길에서 전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어때?"라고 말하는 듯했다. 전형적으로 미술관에 오는 대중의 심리를 비꼬는 느낌이었달까









좌 - 관습을 부정하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작품. 우 - 작가의 머리 모양의 조형물에 다양한 부 요소들이 붙어있다. 작가의 창발적인 아이디어와 생각을 표현하는 작품


전시는 총 3층,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의 구조로 되어있다. 1층에는 작가의 창발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머리를 형상화한 작품과 전술한 Z모양의 관습을 타파하고자 하는 작품, 기도하는 히틀러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그의 작품에서 자극적인 요소만 보아서는 안된다. 생각보다 성찰적인 작품, 특히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나 연민을 표현한 작품도 많다. 



좌 - 벽에 매달린 카텔란 본인. 번뜩이는 눈에서 재치와 반항아적인 면이 같이 보이는 듯하다. 우 - 냉장고에 있는 카텔란의 어머니. 본인과 대비되어 인자한 듯한 미소가 돋보인다.


특히, 냉장고에 있는 카텔란의 어머니를 표현한 작품은 본 사람이라면 당신의 어머니가 반드시 생각날 것이다. 한평생 자식을 위해 냉장고에서 분투하시는 어머니가 아예 냉장고 안에서 관람자를 쳐다보고 있는 작품은 또 한 번 "아차!" 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군화에 들어있는 흙에서 자라난 식물, 전형적인 전후 희망에 대한 모티프


이탈리아의 잦은 전쟁에 관련된 작품도 많은데, 전쟁 이후의 희망에 관한 전형적인 모티프도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카텔란의 작품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직설적이고, 그것을 또 직관적으로 표현하기에 충격적이기도 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리고 그래서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재치 있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을 주는 전시물들이 그만큼 놀랍다

이번 주말, 직관적인 표현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고 싶다면 리움에서 카텔란을 만나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고료를 받지 않고 작성된 글이며, 주관적인 생각을 밝힌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특정 단체, 특정 인물과는 무관하며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특정 인물을 비하할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미지 및 원문의 저작권 관련해서는 개별적으로 문의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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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8/9

<국립현대미술관 <WE - 마우리치오 카텔란 展>>





그림 및 사진자료 출처: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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