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tattobroone Apr 14. 2024

단어의 힘

하나의 단어는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준다.




최근 법학을 공부하며, 공학과는 정말 다른 학문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학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정량화된 수치를 이용한 예측과 검증 그리고 그것의 응용이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법학 또한 법조인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으나,

다만 그 기초를 법 조문과 사회의 규범에 두고 논증의 과정을 거쳐 실체적 진실에 가장 가까운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법학을 공부하며 또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단어들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법을 공부하는 방법은 '익숙하게 만들기'입니다. 생소한 법적 용어나 그 논리들은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지만 그것은 익숙하지 않기에 오는 착각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그 키워드 혹은 법적 용어에 담긴 많은 뜻을 헤아려 본 후에 다시 그 단어를 보면 그 단어가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마치 친구들의 이름만 알 때에는 껍데기뿐인 이름이지만, 그 친구의 취향과 목소리 키와 성격을 알면 비로소 그 이름이 의미가 있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단어 자체의 의미, 단어가 붙었을 때 비로소 생기는 의미를 생각하다보니 대표적인 시가 생각납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이유 중 가장 본질적인 것은 이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자칫 불편할 수 있는 말을 슴슴하게 뱉는 이 구절은 너무나 인상깊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그것을 알기에, 즉 공감되기에 다들 이 시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요.








본론으로 돌아와, 단어는 그것이 생길 때 비로소 하나의 의미가 됩니다. 단어는 그래서 하나의 세상입니다. 특히나 특정 단어가 주는 느낌이 다른 것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하다면, 혹은 그 단어가 많은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면 그것은 대체 불가능한 약속으로서의 굳건한 세상입니다. 









*고료를 받지 않고 작성된 글이며, 주관적인 생각을 밝힌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특정 단체, 특정 인물과는 무관하며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특정 인물을 비하할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미지 및 원문의 저작권 관련해서는 개별적으로 문의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024/4/14

<단어의 힘>




그림 및 사진자료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20899585764061295/

https://www.pinterest.co.kr/pin/211174973634903/



매거진의 이전글 오리지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