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거주하기 시작했을 때, 어느 마트를 가도 우유가 있는 코너에 ‘한 칸’이 꼭 비어있었다. 한동안은 어떤 제품인지 알 수 없어 궁금증만 가지고 있었다. 아르켓에 입사해 아르켓 카페에서 사용되는 제품이자,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우유를 꺼냈는데 난생처음 보는 브랜드였다. 문득 그 ‘비어있던 한 칸’이 생각나며 퍼즐이 맞춰졌다. 영국인들 사이에서 이미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인데 비교적 늦은 시간에 장을 보던 나는 오틀리 재고를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트렌드에 맞게 미래 지향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브랜드라는 점과 내가 일하는 회사가 선택했다는 신뢰감 때문에 오틀리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오틀리는 25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본고장인 스웨덴이 1위, 영국이 근소한 차이로 2위, 그리고 북미가 3위의 매출 점유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위 에피소드 이후로 런던에서 오트밀크를 취급하는 카페에 가면 대부분 오틀리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틀리는 유통 전략으로 대형 마트가 아닌 ‘카페’와 ‘유기농 식료품점’에 집중 공략했다고 한다. 여느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이 성공적이었던 것이다. 힙(HIP)한 카페의 바리스타들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인스타그램에 소문이 자자한데 소비자들 특히, 나 같은 밀레니얼 세대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관심을 보일 것이다.
오틀리의 심플한 패킹 디자인과 낮은 톤의 색상 구성도 좋은 첫인상을 남긴 요소였다. 마트에서 우유 코너를 찬찬히 살펴보니, 평범한 우유인데 쇼디치의 어느 골목 그래피티 처럼 화려한 디자인을 택한 브랜드들이 꽤 있다. 다시 말해, 오트 밀크는 커피와 잘 어울리는 고소한 식감인데 패킹이 채도 높은 색이거나 어린이용 우유에 있을 법한 삽화가 있었다면 첫인상에서 나를 사로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틀리에서 출시된 제품의 양 옆면과 유럽의 어느 핫플레이스 골목에 붙여진 광고물에는 한 가지 특징이 보인다. 소비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그들이 하고 있는 건강한 캠페인에 참여하기를 독려한다. 또한 기업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문구 대신 거리 예술로서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한 광고를 만든다. 유럽과 미국의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괴짜라고 부르는 오틀리의 스웨덴식 재치에 완벽히 스며들었다고 할 수 있다.
오틀리의 발상은 많은 대기업들의 구시대적인 틀에서 벗어나있다. 최근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해서 그들의 정체성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시장의 Non-dairy 푸드 수요 상승과 신선도 유지 문제로, 큰 도전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 오틀 리가 아시아 시장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