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itag: 가장 힙한 up-cycling bag
베를린의 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패션 브랜드들이 있다. 칼하트나 프라이탁처럼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와 레인즈 같이 유럽 내에서 인지도 있는 브랜드가 있는데 그 중 가방들이 눈에 들어왔다. 혹은 브랜드는 알 수 없지만 각자의 개성대로 입는 꾸안꾸(꾸민듯 안 꾸민) 베를린 스타일에 푹 빠졌다. 당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공부하고 있어서 같은 유럽 대륙에 있지만 서로 다른 모습에 신선함을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프라이탁은 ‘프라이탁’이라는 성을 가진 형제가 스위스에서 설립한 회사인데, 독일어로 ‘금요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 회사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프라이탁의 역사는 3일에 하루 꼴로 비가 내리고, 날씨가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취리히에서 시작됐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한 프라이탁 형제가 그들의 가방 속에 있는 작품과 미술도구들을 비로부터 보호해 줄 튼튼한 가방을 찾다가 직접 만들게 된 것이다. 스위스에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2년 넘게 유럽에 머물면서 베를린처럼 ‘비가 많이 오는 도시’에 가면 프라이탁 가방을 멘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프라이탁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십 년 전 프라이탁 가방의 제조과정을 다룬 국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이다. 아마 그때부터 이 브랜드를 눈여겨보고 있던 것 같다. 한국에서의 프라이탁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점은 오직 프라이탁만 판매하는 단독 매장과 프라이탁이 입점된 부티크들이 전국에 있다는 것이다. 유럽 내에서도 프라이탁 단독 매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런던을 예로 들자면, 센트럴에 있는 화방이 프라이탁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오프라인 매장이다.
지난 1년 동안 런던에서 지낸 집의 주인이 독일인이었는데 그에게 건내 받은 키링이 프라이탁 제품이었다. 원래는 흰색이었을 것 같은데 때가 많이 타 거의 회색으로 보였다. 다소 지저분하게 느껴졌지만 프라이탁 제품이 주는 빈티지스러움이 좋아 교체하지 않고 계속 썼다. 겉보기에 투박한 디자인에 업사이클링 상품치고는 가격대가 높은데, 내구성과 상품 제조 과정을 고려하면 투자할 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취리히나 베를린만큼은 아니지만 한국도 비가 내리는 날이 꽤 많은데, 사계절용으로 사용하기에도 적절하겠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또한, 한국 소비자들은 1-20대의 젊은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럽에서는 3-50대도 흔히 드는 가방이라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층이 더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프라이탁의 가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 더 빛난다. 거액의 광고료와 모델료를 쓰지 않고, 매 시즌 컬렉션을 통해 마케팅하지 않아도, 고객들은 프라이탁의 스토리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구매한 가방이 수많은 과정을 거쳐 수작업으로 튼튼하게 제작되었는데, 세상에 유일무이한 디자인까지 겸비했다면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다. 상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마케팅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자세히 찾아보면서, 내가 베를린에서 본 ‘프라이탁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모습이 30년 전 취리히에서의 프라이탁 형제와 매우 흡사해서 신기했다. 설립자가 추구한 브랜드의 방향성이 시간이 지나도 일관성 있게 유지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들은 현재 경영에서 한 발짝 물러나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활동하고 있다. 프라이탁의 공식 유투브 채널을 보면 두 형제가 자주 등장한다. 트렌드를 따라 조금씩 변화를 꾀하는 보통의 브랜드들과 다른 점이 많지만, 프라이탁 만큼은 지금의 정체성을 계속 지켜나가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