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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런던,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마켓

East London: Colombia road flower market

by HUI

런던을 대표하는 꽃시장이자 이스트 런던의 바이브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 마켓(이하 콜롬비아 마켓)에서의 추억을 써보려 한다.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 마켓은 일주일에 단 하루, 일요일에만 운영되는데, 마켓이 열리는 도로명이 'Columbia'이다. 이 도로 자체는 조금 긴 편인데 마켓이 열리는 공간은 아주 짧다. 그래서 사람이 조금만 몰려도 피크타임의 튜브(런던의 지하철)를 연상시키는 광경이 펼쳐진다.

콜롬비아 플라워 마켓은 지금까지 딱 세 번 가봤다. 첫 번째는 2017년 여름, 두 번째와 세 번째는 2020년 여름, 모두 여름이었다. 런던의 여름은 대부분 25도 안팎을 웃도는 기온이며, 다른 계절에 비해 비가 훨씬 적게 내리는 편이다. 한국의 여름을 오래 겪고 나니 웬만한 습도는 견딜만해서, 해만 뜬다면 런던의 날씨에 불평하지 않았다. 내가 콜롬비아 마켓에 갔을 때가 그 장점을 누리기 가장 적절한 날씨였는데, 그 아름다운 날씨에 예쁜 화초로 가득한 야외에 갔으니 나에게 긍정적인 추억의 장소로 남을 수 있던 것 같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꽃의 종류는 정말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수국과 백합, 해바라기가 정말 예뻤다. 노란색, 보라색, 빨간색... 색상도 치우침 없이 다양했다. 한국의 꽃시장을 떠올리면 도매와 소매 판매가 함께 이루어지고, 가격을 흥정하는 양재 실내 꽃시장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콜롬비아 마켓은 조금 다르다. 이 곳에서 꽃을 사는 사람들은 판매 목적이 아닌 개인의 공간을 꾸미기 위함이 대부분이다. 런더너 그리고 영국 사람들에게 꽃과 가드닝은 인생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나이대도 10대에서 노인까지 다양하고, 꼭 꽃을 사지 않더라도 소풍 나온 기분으로 이 곳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도보권에 쇼디치와 해크니 같은 핫플레이스들이 즐비해있어 일요일 낮의 이 지역은 '생생함' 그 자체이다.


안타깝게도 런던에 내려진 락다운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 코로나 시대 전에 띠었던 모습과 조금 달라져있었다. 17년도에 왔을 때는 마켓 거리 양 끝에서 버스킹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바닥에 앉아 푸드 트럭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은 줄을 서서 차례로 입장해야 하고, 입구와 출구가 완전히 구분되어 복합 문화공간에서 단순 마켓으로 변한 느낌이 들었다. 락다운이 완화되어 다시 마켓이 열린다 하더라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에 계속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판대믹으로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이 생겨 예전의 분위기가 되살아날지 의문이다. 이 마켓을 포함해 이스트 런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무드는 '자유분방함'이 기본이었는데 말이다.




주변에 튜브 역이 없고, 버스 정류장에서도 약간 떨어져 있어 골목을 걸어야 했는데 이것 또한 정겨워서 좋았다. 정류장에서부터 마주치는 사람들이 한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다는 것과 본인 덩치보다 큰 화초를 안고 그곳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재밌었다. 각자가 구매한 화초를 보면 어떤 하우스에서 어떤 스타일로 꽃장식을 할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나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에게 관심이 갔다.


콜롬비아 마켓을 다 구경하고 해크니로 넘어갔다. 그곳 또한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몇몇 꽃다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콜롬비아 마켓이 이스트 런던 어디를 가든 계속 이어지는 기분이었다. 식물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고, 늘 관찰만 하는 나인데 꽃에게서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 받았다. 꽃이 주는 기분은 참 묘하고 간질간질하다.


내 작은 희망사항은 가까운 미래에 여행길이 다시 열려 봄이나 가을에 이 곳을 방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항공의 인천 비행편의 영구 단항 소식은 코로나가 항공업계 그리고 여행업계에 준 타격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한때 여행자로서 런던과 영국의 여러 도시들을 거닐며 영국 특유의 꽃 장식을 보고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사진첩을 뒤적일 것 같다. 그리곤 다시 현실에 순응해야겠지. 그래도 20대를 추억할만한 배경이 풍요롭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누군가 나에게 런던에서 가보면 좋은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일요일 오전 해크니에서 콜롬비아 마켓을 지나 오후에 쇼디치로 내려오는 일명 '이스트 루트'를 알려주고 싶다.




브런치에 글을 게시한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줄곧 브랜드와 관련된 칼럼을 올리다가 처음 에세이를 올린다. 모두 3년 전의 나라면 쓰지 못했을 글이다. 대학 4년을 한 곳에서 쉼 없이 다니다가 그대로 졸업했다면, 다소 폐쇄적인 전 직장에서 계속 남아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세상을 만났다. 이렇게 나의 경험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글을 쓰면서 과거를 되새기고, 그것을 공유한다는 일에 점점 더 흥미를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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