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UI Apr 22. 2021

유럽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궁금한 아시안의 나이

 서양권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 나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나이에 대한 인식은 언어와 문화와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설명을 알쓸신잡에서 들었다. 23살이 될 때까지 제대로 겪어본 적 없는 지구 반대편의 문화. 서구권 사람들은 정말 나이를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지, 정말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1. 스페인

 주변에 유학파도 있고, 미국 고모, 캐나다 이모가 있어서 방학마다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해외에 연고가 없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교환학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녀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기회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에 가기 전 5일 동안 런던 여행을 했는데 페이스북 친구가 된 외국인, 숙소에서 만난 외국인, 그 누구도 내 나이를 묻지 않았다.


여행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넘어가 같은 학교에서 온 학생들과 만났다. 그들과는 언니, 동생 호칭이 필요했기에 나이 정보부터 교환했다. 그리고 교환학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외국인과는 한 번도 나이에 대해 서로 묻지 않았고, 한국인과는 항상 나이부터 확인받았다. 나도 상대방의 나이가 궁금한 적이 있었지만 의식적으로라도 묻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은 다 알게 됐다.

이게 한국 문화의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판단하기 나름인 것 같다. 여행이 다 끝나도 언니, 동생, 오빠, 형 사이로 아직까지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시 20대 초반인 나를 두고 어려서 아직 모르네 어쩌네 꼰대 마인드였던 사람들도 있었다.



 학생 신분이 아닌 사회인으로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이에 관해 서로 다른 문화가 더 와 닿았다. 많은 한국 회사들이 '님'자 호칭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이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예 님자 호칭제 제안을 거부하시는 대표님들도 봤다. 또, 하루라도 일찍 입사한 직원에게는 선배 호칭을 쓰도록 강요하는 기이한 회사도 봤다.



2. 영국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까지 영국에서 다국적 동료들과 함께 모여 일했을 때, 서로 얼굴을 완전히 익히고 먼저 자기소개를 하기 전까지 나이를 묻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다 가끔 있는 전 직원 파티에서 잔을 부딪히고, 서로의 백그라운드나 미래 계획에 대한 주제를 스스럼없이 꺼낼 때쯤에 내가 몇 살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들이 내 나이를 물은 이유의 포인트는 '서열 정리'가 아니라 '아시안의 동안 외모'였다.


사실 유럽인 직원들끼리 서로의 나이를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다. 나이가 더 많건, 직급이 더 높건 간에 이름만 알면 부르는데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외모로 대충 나이를 짐작할 수 있더라도, 나이를 이유로 업무를 덜 주거나 더 주는 경우도 본 적이 없다. CV(이력서)에도 성별, 사진, 국적, 나이 정보를 기입하지 않아도 된다.



유독 아시안 직원, 그중에서도 동아시아 직원 또, 그중 한국인 직원에 대해서는 '동안이다', '피부관리를 열심히 한다'는 클리셰가 있어서 많이들 궁금해한다. (혹은 아무 관심이 없거나)

그래서 나 역시도 저런 말을 덧붙이며 나이를 묻느냐에 따라 그 외국인에 대한 평판이 갈렸다. 내가 들었던 말 중 가장 어이없었던 말은 "냉동실에서 얼려있다가 나온 것 아니냐, 10대인 줄 알았다."였다. 냉동실은 무슨 햇빛 많이 받고 주근깨만 늘었는데.


그저 한국인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문화를 알게 되어 나이를 물어봐도 되냐고 조심스레 말한 직원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며 대화하는 직원들과는 퇴사 후에도 친구로서 잘 지낸다.

우리나라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하는 일에는 지쳤기에 그들이 구글링이라도 해봤으면, 뉴스라도 몇 줄 읽고 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대학 시절, 문화교류 프로그램 같은 것에 참여하면 유학생들에게 신명 나게 소개하고 그랬는데 그것도 계속하면 지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마음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생소한 나라 이름을 들었을 때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실언을 한 적이 있고, '마피아', '갱단' 같은 부정적인 키워드만 떠올린 적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그 나라에 몇 년을 살았는지는 요점이 아니다. 10년 넘게 살고, 영주권을 얻어도 출신국의 문화만 고집하며 이민 온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직접 봤다.



 정리하면, 1) 유럽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나이를 중요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2) 아시안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 다를 수 있다. 3) 그것은 단순 호기심에서 나오는 질문일 수 있다.



난생 처음 먹어본 그리스 음식



  출신지, 식문화, 전통문화, 주요 산업, 최신 유행, 전공, 취미, 좋아하는 가수 등 타인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주제는 '나이' 말고도 다양하다. 나이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더 흥미롭고 즐거운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유럽에서 느낀 공원의 소중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