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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I Mar 21. 2021

영국 브랜드, 다이슨

Dyson: 영국 브랜드 맞다니까?

 2년 전쯤, 독일이 너무 좋아 독일에 사는 내 오랜 친구와 다이슨의 출신에 대해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나는 처음 보는 브랜드가 있으면 검색해서 찾아보기 때문에 다이슨이 영국 브랜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는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이미지 때문에 당연히 독일 브랜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영국에게 의문에 1패, 독일에게 의문의 1승인 일화이긴 한데, 나도 다이슨이 영국 브랜드라는 사실에 매우 놀랐고, 세상 모든 전자 제품이 독일 출신은 아니라며 완강한 친구를 이해시켰다. 영국인이 들으면 자존심 상할 수도 있겠다.


 저번에 다룬 프라이탁처럼 해외 브랜드 중에는 최초 설립자의 성을 브랜드명으로 정한 경우가 많다. 다이슨 역시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의 성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 전인, 1993년에 설립되었다.


 영국에서 매일 같이 다이슨 제품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그저 '비싼 가전 브랜드'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다. 인스타그램에 다이슨 헤어드라이기가 신세계라며 극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가운데가 뻥 뚫린 독특한 외관 때문에 사실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백화점에서나 실물을 잠깐 구경해봤지 사용해볼 기회가 딱히 없었다. 이미 잘 가용 중인 드라이기들을 집에 두고 몇 십배 가격이나 되는 다이슨을 새로 살 이유가 전혀 없기도 하고, 경쟁사에서 더 저렴한 가격의 상품들을 내놓는 바람에 인연은 더 멀어져 갔다. (나는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사진출처 bbc.com

 내가 영국에 간다니까 주변에서 영국은 다이슨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파는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그래서 센트럴에 나가는 김에 셀프릿지 백화점 바로 앞 매장에 가서 헤어 드라이기와 청소기, 선풍기 등을 구경했다. 본고장이라고 해서 훨씬 저렴한 건 아니었다.

 대신 그동안 대충 알고 있었던 다이슨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다이슨 제품의 기술력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안내문이 있었고, 상품수는 소수정예로 추려져 있었다. 다양성보다 퀄리티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기계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전문용어로 설명은 못하겠다만, 수많은 이들의 연구와 노력이 투자되었음은 명백해 보였다.


 앞서 말한 '가운데가 뻥 뚫린' 헤어드라이어와 선풍기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혁명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바람이 나오는데 날개가 안 보일 수 있지? 라며.

양심도 없이 그대로 따라 하는 회사들을 보고, 소송 걸릴만한 행동이 아닌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이슨은 이미 90년대에 특허침해로 소송에서 승소한 이력이 있다. 기술로 특허권을 침해할 수 없게 되자 여전히 디자인 면에서는 나라를 불문하고 따라 하는 회사들이 많다.


 난도스(Nando's)라는 가성비 넘치는 레스토랑 체인이 있는데, 화장실 핸드 드라이어로 다이슨 제품을 설치해둔 것을 봤다. 내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회사는 아주 작은 건물이었는데도 다이슨 드라이어가 있어서 영국의 삼성, LG 같은 존재인가 생각했다. 분명 더 저렴한 브랜드를 설치할 수도 있었을 텐데 더 비싼 다이슨을 택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같은 업계에서 막강한 굴지의 기업들이 있고, 중소기업 제품들도 우수하다. 그럼에도 다이슨 청소기와 헤어드라이기가 신혼부부 혼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기술력' 하면 다이슨이 떠오르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다이슨에는 디자인팀이 없다. 하지만 디자인 훈련을 받은 엔지니어와 디자인 출신의 엔지니어들은 있다. 그 정도로 엔지니어링에 많이 투자하고 있고, 계속해서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들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력이 곧 브랜드의 핵심이자 정체성이다. 혁신적인 디자인도 기술적인 연구가 없었으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나둘 사다 보면 큰 예산이 필요한 게 가전제품인데 디자인만 보고, 광고만 보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어도 결국 성능 좋은 제품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최근 브렉시트와 본사 이전 이슈로 잡음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더 지켜보고 싶은 기업이다. 나에게 익숙한 브랜드, 여전히 이용하고 싶은 브랜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지금 가지고 있는 가치관 그대로 좋은 상품을 더 개발해주길 기대한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먼 훗날 내 집이 생겨 가전제품들을 새로 사야 할 때 다이슨 제품이 꼭 필요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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