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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I Mar 19. 2021

호주에서 온 브랜드, 이솝

AESOP: 내 파우치 속 아이템으로 분석해보는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

 이솝 세럼, 이솝 핸드크림 그리고 이솝에서 받은 샘플들... 약 1년 반의 영국 생활을 뒤로하고 귀국 짐을 정리할 때 ‘기내용 파우치’ 속으로 특별 분리된 아이템들이다.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출국일이 4주나 당겨져 내가 가진 모든 물건들을 네 가지로 빠르게 분류해보았다. 기내용, 위탁 수화물용, 영국에 남은 친구들에게 줄 물건 그리고 미련 없이 버릴 물건으로. 가장 많이 버려진 물건 중 하나가 화장품이었다. 사용 기한이 지났거나 값이 저렴하면 크게 미련을 두지 말고 버려서 짐을 최대한 줄여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솝에서 구매한 화장품들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CHEL

 집에 도착해 영국에서 가져온 물건 하나하나 소독하면서 생각해 봤다. 이솝의 제품이 눈에 띄게 뛰어난 효과가 있거나 명품 브랜드만큼 고가인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소중하다고 느꼈을까? 나는 단지 핸드크림과 세럼을 사기 위해 이솝을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이 브랜드가 가진 독특하고 트렌디한 바이브와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함께 구매한 것이다. 영국의 이솝 정가는 한국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고, 락다운(국가 봉쇄) 기간 동안 온라인 숍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문턱이 낮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저가 브랜드들에 비해 확실히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해서 쉽게 소비할 브랜드는 아니다. 구매할 당시의 내 모습을 돌이켜보니, 수많은 사람들의 SNS 후기를 통해 판매 사이트에 유입되어 이솝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찾아본 다음, 용량 대비 가격이 얼마인지까지 꼼꼼하게 계산해본 스마트한 소비자였다. 혹은 밀레니얼 세대가 가진 특징을 보여준 예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선물을 구매할 때도 비슷했다. 선물을 받는 상대는 30대의 친환경적인 요소에 민감한 영국인이었는데, 제로 웨이스트 벌크 숍(포장용기 등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매장)과 채식이 일상이며 반려묘가 있는 친구였다. 그래서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한 끝에 나온 결론이 이솝의 기프트 키트였다. 결과적으로 그 친구도 선물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나도 센스 있고 현명한 결정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일주일 뒤, 본인 동생의 선물로 같은 제품을 구매했다고 하니 내 선택에 자부심을 느낀다.


 디자인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내 인스타그램 포스트에 이솝 제품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지 않다. 팔로워들에게 ‘나는 트렌디한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이라고 티 내고 싶고, 아직 이솝을 모른다면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솝 제품을 찍어서 게시하는 사람들이 다 그런 마음일 것이다. 전 세계 이솝 매장은 감각적인 공간으로 유명하다. 갈색병이 일렬로 나열돼있는 모습만 봐도 편안해지고 차분해진다. 스마트한 소비에 이어 시각적인 취향까지 더 넓게 확장시켜주는 브랜드다.


 내가 생활했던 런던의 현재 상황은 매장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 오프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특권으로부터 다 차단되어 있다. 직접 제품을 체험해보면서 직원의 설명을 듣고, 인테리어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없게 됐지만 이솝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고민한다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향하고 안전한 화장품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 이 브랜드의 스토리에 귀를 기울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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