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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메인 백화점에서 쇼핑하기

Harrods, Selfridges, Liberty+

by HUI

지난 해외여행을 돌이켜봤을 때, 여행 중 백화점에 들려 쇼핑한 적이 거의 없었다. 주로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현지의 중심가에서 자잘한 특산품이나 기념품 위주로 구매했다. 일본처럼 일부 브랜드 제품을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거나, 와이파이가 급하게 필요해 근처 백화점에 들어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백화점은 필수 코스가 아니었다. 하지만 유럽 여행을 하면서 백화점이 필수 코스라고 느낀 두 도시가 있었다. 바로 런던과 파리다.

유럽의 여느 도시가 그렇듯 전후(戰後) 훼손이 심각한 경우가 아니었다면, 오래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이 많다. 백화점을 예시로 들면, 런던의 해롯(Harrods)과 파리의 라파예트(Lafayette)가 그렇다. 처음 방문한 외국 여행객들은 그 고풍스러운 모습에 반해 너도나도 인증샷을 찍기 바쁘다. 개인적으로 외관은 해롯이, 내부는 라파예트가 유럽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파리는 돈 없는 학생 시절, 잠깐 들러 구경한 게 전부지만, 런던에서는 1년 반 동안 거주하며 메인 백화점들을 다 이용해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명실상부 유럽의 대표 백화점 해롯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백화점'으로 검색해보면 순위권 안에 들어가 있는 백화점이다. 해롯의 외관은 밤에 더 빛을 발휘한다.

처음 해롯을 봤을 때, 참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곳에 위치해있다고 생각했다. 차 경적소리와 사람들 말소리로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외관이 너무 고급스럽고 멋있어서 나도 사진 부대에 껴 마구마구 찍었던 기억이 난다.

Knightsbridge역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있는데 이 역과 백화점 문 사이가 소매치기의 집성지라서 조심해야 한다. 안타까운 일화지만, 동료 한 명이 여기서 한 달 전에 구매한 신상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추적해보니 범인은 이미 저 멀리 도주한 상태였다.

2차 락다운(국가 봉쇄) 기간 동안에는 Click&Collect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화로 매장에 연락해서 상품을 주문, 결제하고 컬렉션 포인트에서 픽업할 수 있다. 나도 한 번 주문해봤는데, 픽업하려고 줄 서있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코로나 보복심리'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싶었다.


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었을 때는 0층(한국식 1층)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유명한 이집트 섹션을 둘러보다가 한층 한층 올라가며 구경했다. 사실 영국 정부 및 카드사들이 실시하는 Eat out-Help out 할인 혜택을 이용해 보고자 함이었는데, 할인 후에도 비싼 식사 비용을 지불했다.

패션 브랜드들은 정가만 다를 뿐 한국 백화점에도 다 입점되어 있어서 크게 놀랍지 않았다. 다만, 빅토리아 베컴이나 스텔라 맥카트니 같은 영국 브랜드들이 한국 백화점에서보다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코스메틱 섹션에는 한국에 아직 입점되지 않은 브랜드들이 매우 많아서 신기했는데, 내 피부에는 한국 브랜드가 가장 잘 맞아 구경으로 만족했다.


이렇게 눈으로 해롯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막상 쇼핑은 온라인에서 더 많이 했다. 10%~ 세일을 알리는 메일이 날아오면 나도 모르게 결제 단계까지 가버린다. 할인을 이용하면 고급 향수나 선물용 식료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득템 할 수 있다. 나는 친척 선물로 트러플 소금을 몇 개 구매했다.


런던에서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고 싶거나, 리워즈(적립) 혜택을 누리고 싶다면 세 백화점 중 해롯과 가장 잘 맞을 것이다.



두 번째는 셀프릿지이다.

해롯보다 더 센트럴에 가까운 Oxford Circus Street에 있다. 이 거리도 런던을 대표하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해롯 주변 못지않게 복잡하다. 1차 락다운 시기를 제외하고 항상 인파가 쏠리는 곳인데, 요즘 관광객이 거의 없다는 것을 감안해도 많은 숫자다.


사진 한 장만 봐도 해롯과 외관 스타일이 다르다. 내부도 해롯보다 훨씬 밝은 조명에, 층고가 높아 탁 트인 느낌을 받았다. 셀프릿지에는 해롯에 없는 브랜드들이 꽤 많은데, 바로 중저가 브랜드들이다. 미국 세포라에 입점된 뷰티 브랜드부터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들이 다수 입점되어 있어 고객층이 더 어린 편이다. 친구들과 화장품 쇼핑을 하다가 젤라또를 먹으며 잠시 쉬고, 또다시 아이쇼핑을 했던 기억이 난다.


셀프릿지에서도 온라인 쇼핑을 즐겼는데, 한국까지 저렴한 금액에 직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뒤에 소개할 백화점도 비슷한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한국에 귀국했어도 계속 영국에서 쇼핑하는 기분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해외 고객(직구족)을 잡는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리버티 백화점이다.

셀프릿지와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첫눈에 봐도 아주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무려 1875년에 창립된 회사이고, 1924년에 완공됐다고 한다.

리버티 백화점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COS, HOBBS, 애플 스토어 같은 대형 브랜드의 단독 매장들이 많고, 남쪽에는 카나비 스트릿으로 이어지는 스트릿 브랜드가 많은데 그대로 쭉 걸어가면 바로 소호다. 한때 이쪽으로 출퇴근했는데 도시락을 준비해 가지 않은 날에는 마땅히 식사를 해결할 곳이 많지 않았다.


사진출처 Haper's Bazaar


리버티의 내부는 영국의 분위기가 풍기는 목조 양식이다. 왠지 비가 오는 날에 들어가면 목조 특유의 냄새가 날 것 같고 걸을 때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다. 규모로 보면 해롯이나 셀프리지에 비해 훨씬 작고, 다루는 브랜드도 적다. 하지만 런던 여행 중 꼭 만나게 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어서 잠깐 들르면 좋다.


리버티의 온라인 사이트는 한국까지 무료 직배송과 원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적지만 한국에서 핫한 메종 키츠네, 아미 파리, 이자벨마랑 같은 브랜드들은 웬만큼 취급한다. 뷰티 브랜드 역시 세일 기간을 노리면 좋은 가격에 쇼핑할 수 있다. 아주 간혹 유명 브랜드의 일부 제품을 4-50% 까지 할인할 때가 있다.



사진출처 harveynichols.com


마지막으로 하비니콜스라는 편집샵이다.

편집샵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꽤 큰 편인데 해롯 바로 옆에 있어 왠지 작게 느껴진다. 해롯처럼 구매 금액의 일정 퍼센트만큼 적립할 수 있는 회원제도가 있다. 최고가의 하이엔드 브랜드는 없지만 고가 브랜드와 중저가 브랜드들을 두루 취급한다.


고객으로서 하비니콜스의 가장 큰 매력은 꽤 자주 날아오는 할인 코드였다. 정가 상품에 한해 10-15%의 할인율이 적용됐는데 한국 정가보다 낮게 책정된 상품에 할인 코드까지 적용하면 득템에 가까울 때도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할인된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없는 샤넬이나 톰포드 제품을 눈여겨볼만하다.

하비니콜스는 박싱데이 때도 할인율이 높았던 곳 중 하나였다.




영국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오프라인 쇼핑이 많이 제한된 점은 아쉬웠다. 건축물과 인테리어를 직접 눈으로 보고,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상품을 접한다는 것은 쇼핑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말이다.


지인들이 해외 직구에 대해 물어보면 최소한 영국 시장만큼은 조언을 해주거나 꿀팁을 전수해줄 수 있게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 백화점에서 현지인처럼 쇼핑을 한다던가, 해외 직구가 손쉬워졌다는 말이 실감 나지 않았는데 이젠 원화와 파운드화 사이에서 엄청 빠르게 계산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 또한 해외 생활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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