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owne Feb 29. 2016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뇌가 마음이다

인도 태생의 라마찬드란 박사는 뉴스위크가 <가장 주목해야 할 21세기 뛰어난 인물>로 선정한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다. 두뇌의 질병이나 손상을 임상적으로 다루는 의사이면서 철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그는 마음(의식)은 두뇌활동의 부산물이며 두뇌가 없으면 마음(의식)도 없다는 논지를 자신의 임상적 체험을 바탕으로 전개한다. '자아'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은 그 실체를 집어낼 수 없는 허깨비와 같은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그가 인도 태생이라는 사실과 맞물려 묘한 풍취를 나아낸다. 인도는 불교가 탄생한 곳이 아니던가.

이러한 라마찬드란 박사의 주장은 심신 문제를 다루는 심리철학 -특히 물리주의적 태도를 견지하는 입장에서는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주장이겠으나 임상적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주장들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물리주의적 철학자들은 어깨를 으쓱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본다면 두뇌를 생물학적으로 다루는 신경과학자들은 철학적으로 물리주의, 환원주의를 견지할 수 밖에 없으며 그 기저에는 진화생물학적 패러다임이 바탕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내 생각에 라마찬드란 박사는 소박한 의미의 도킨스주의자가 아닐까 싶다.)

감각질의 문제나 사적언어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자연스럽게 비트겐슈타인을 떠올릴 수 있다. 그만큼 라마찬드란 박사의 사유는 철학적이다. 특이한 점은 그가 프로이드를 높이 평가한다는 점인데 프로이드가 그동안 의사들이 아닌 문예비평이나 철학자들 사이에서 주로 회자된 점을 생각하면 이제와서 후배 의사가 평가하는 일은 새삼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끝으로, 이 책의 원 제목은 <Phantoms in the Brain 뇌 속의 유령>으로 영국의 위대한 철학자 길버트 라일이 데카르트의 심신 이원론을 비판하면서 그의 견해가 '기계속의 유령'을 요청하는 꼴이라고 비판한 것을 멋지게 패러디한 것인데 우리말로 옮긴 제목은 이러한 멋스러움이나 재치, 심오함이 모두 사라진, 그저 밋밋하고 진부한 것이 되고 말았다. 번역자의 뜻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억측해 본다(번역자 신상규는 비트겐슈타인을 전공한 사람이니 원제목의 함축이 무엇이었는지 몰랐을 리 없을 것이다).


얼마전 작고한 올리버 색슨의 논조도 비슷하긴 하지만 그의 글은 좀 더 문학쪽에 가깝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