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rtistica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owne Jul 25. 2016

나는 빛을 피해 걸어간다

허연

그대는 오지 않았네. 삐뚤어진 세계관을 나누어 가질 그대는 오지 않았네. 나는 빛을 피해서 한없이 걸어가네. 

나는 들끓고 있었다. 모두 다 내주고 어느 것도 새것이 아닌 눈동자만 남은 너를 기다렸다. 밤이 되면서 퍼붓는 어둠 속에 너는 늘 구원처럼 다가왔다. 철시를 서두르는 상점들을 지나 나는 불빛을 피해 걸어간다. 행여 내 불행의 냄새가 붉은 입술의 너를 무너지게 했는지. 무덤에도 오지 않을 거라고, 보도블록 위에 토악질을 해대던 너를 잊을 수는 있는 것인지. 나는 쉬지 않고 빛을 피해 걸어간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당신들이 저놈의 담벼락에다 대고 울다 갔는지. 이 도시에서 나와 더불어 일자리와 자취방을 바꾸어가며 이웃해 사는 당신들은 왜 그렇게 다들 엉망인지. 가면 마지막인지. 왜 아무도 사는 걸 가르쳐주지 않는지. 나는 또 빛을 피해 걸어간다.


1995, <불온한 검은 피>




https://www.youtube.com/watch?v=SnaIl__z6GI

2009, Lars Danielsson, <Tarantella>



매거진의 이전글 <Eye In The Sk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