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무슨 말?
난 오래전부터 저 말들의 구분이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성폭행은 쉽게 말해서 강간이고, 성추행은 성적불쾌감을 유발하는 신체접촉, 성희롱은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헛소리, 개소리, 농담 따위 ..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통칭해서 성폭력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성폭력'이나 '성폭행'이라는 표현은 (본의든, 본의 아니든) 그 사태의 본질을 은폐하고 더 나아가 순화한다고 생각한다. '위안부'라는 말이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를 순화시키고 그 행위의 잔학성을 은폐시키듯이 말이다.
언젠가부터 우리사회에서 범죄 행위로서의 '강간'이라는 말이 쓰이지 않고 있다. 여성 자신도 그 말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하지만 무겁고 가벼운건 행위와 그 결과이지 그것을 지시하는 말이 아니다. 강간은 무거운 범죄행위다. 그렇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도 무거워야 하지않을까. 무거운 범죄행위를 왜 가볍고 순화된 말을 써서 표현할까. 말이 가벼우면 그 말이 가리키는 사태/대상에 대한 관념도 가벼울 수 밖에 없다. 강간을 무거운 범죄행위로 받아들이고 각성하길 바란다면 순화된 표현을 써서는 안된다. '강간'은 '강간'이다. 그 말이 불쾌감을 유발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느껴서도 안된다. "성폭행을 당했다"와 "강간을 당했다"는 분명히 어감과 느낌이 다르다. 강간은 그 행위가 선명히 지적되지만 성폭행은 그렇지 않다.
행위는 바꾸지않고 그 행위를 지칭하는 언어만 바꾸는 사회는 비겁하다. 불편한 것을 불편하게 드러내야 변화가 생길 것이지만 불편한 것을 언어로 순화해버리면 관념적 퇴행만 일어날 뿐이다. 비유와 은유가 난무하는(혹은 그 자체인) 예술적 언어와 다르게 사회적 언어는 직설적이고도 선명한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물론 나의 이런 주장이, 순화시켜서 표현해야 할 경우가 있고 그런 사태가 있을 수 있음을 부정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순화된 표현은 결국 그 말이 가리키는 사태의 본질을 은폐/호도하기 십상이다. 이게 얼마나 웃기냐하면 '우리말 곱게 쓰기'도 공무원들은 ''국어순화운동'이라고 표현한다. 개나 고양이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중성화 수술'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거세한 의한 불임수술'이 왜 중성화인가. 불임수술을 받으면 남자, 여자가 중성이 되는가. 어느 말이 사태의 본질을 드러내고, 감추는가.
그런 의미에서 '미투'라는 외국말 대신 '나도 당했다'라는 말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