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세계 최고이길 빌며
작금의 세상에서 한 국가의 힘이나 경쟁력은 경제력에서 나오며 기업이 그 경제력의 주요 원천이라는 사실은 세상살이에 문외한인 나도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기업인지는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면 대한민국은 세계의 곡창지대이고 그 쌀농사를 짓는 가장 큰 농부는 바로 삼성이다. 인천공항 3개를 짓는 비용을 들여야 삼성의 화성 공장 1개를 짓는다니, 과거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의 초거대기업들을 다 합쳐도 이젠 삼성 하나를 당할 수 없다는 말이 헛된 말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버텨낼 여력이 있는 것도 결국 삼성, 엘지, 하이닉스 등의 능력이 그렇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요즘엔 "내가 살다가 삼성을 응원할 줄 몰랐다"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삼성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뛰어난 경영능력?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다 맞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요소가 빠졌다. 바로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 한국인 특유의 정교한 손놀림을 가진 근면한 노동자들의 노고가 아니었다면 어떤 방법으로 삼성이 세계일류가 될 수 있었을까.
노동조합도 허락되지 않는 유독가스의 작업장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간 노동자들의 피를 딛고 씌여진 세계 일류의 신화는 본질적으로 아시아 각국의 피 위에 세워진 일본의 군국주의 속성과 닮아 있다. 그 키워드는 '착취'이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검찰을 길들이고 최고 권력자에게 말을 바쳐야 했다는 변명은 별도로 하고 말이다.
이 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진실을 수긍하는 것이 곧 삼성의 과오를 묵인하자는 것도 아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그랬던가. "비리를 걷어내면 이 사업은 참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관련자들의 비리 연루로 파기된 사업 아이템을 두고 겁없는 신입이 말했다.
비리를 걷어내고, 노동자들을 보듬는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면 그 누가 삼성을 미워할까. 정치권력도 더이상 그들에게 '삥뜯는' 짓을 해서는 안되지만 삼성 자신도 더 이상 노동자들의 삥을 뜯어서는 안된다. 모두가 서로를 정당하게 대접해야만 이 나라와 삼성은 도덕적일 수 있다. 맹자의 말대로 국가나 개인이나 '이익'보다는 '정의'가 우선이다.
하나 더, '삼성 = 이재용' 이라는 생각도 바꾸어야 한다. '국가 = 권력자'가 아니듯이 말이다. 개인은 왔다가 떠난다. 그 기간은 고작 수십년이다. 하지만 법인은 수백년도 간다.
부디 오랫동안 삼성이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생산하여 전 세계의 인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길 바란다. 스티브 잡스가 그랬듯이 말이다. 아, 잡스의 제품들이 좋은 가격은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