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열
책을 지은 이종열 선생은 피아노 조율에 있어서 국내 최고는 물론 세계적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공인 명장名匠(master)이다. 그는 한국 피아노 조율 역사의 산증인이며 개척자이다. 팔순을 넘긴 나이지만 아직 현역으로 서초동 예술의 전당의 피아노들을 관리하고 있다.
선생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
"도(C)의 음정을 정하려면 파(F)에게도 물어보고 솔(G)에게도 물어보아야 한다. 또한 한 옥타브 위의 도에게도 물어보아야 한다. 여기가 과연 나에게 맞는 자리인지를. 모두가 맞다고 하면 비로소 거기가 도의 자리이다."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중中'의 의미, '각득기소各得其所'의 의미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주자는 [중용中庸]의 '중'을 "치우치거나 기울어지지 않은不偏不倚,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無過不及"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맹목적이고 기계적인 가운데'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선과 악의 사이에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중(립)이 아니다. 선과 악의 사이에서는 당연히 선을 택하고 악을 버리는 것이 중이다. 타겟이 왼쪽에 있으면 왼쪽을, 오른쪽에 있으면 오른쪽을 맞히는 것이 중이지 왼쪽과 오른쪽의 가운데, 텅빈 공간을 맞추는 것은 중이 아니다. 알맞게, 올바로 해야 할 처신이 바로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중의 의미이다. 그 상태는 아마도 진리와 선, 아름다움(진선미眞善美)이 최고로 구현된 경지가 아닐까.
평생을 피아노를 조율하며 살아온 이종열 선생의 가르침이 중용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않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진리란 본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