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에 대한 짧은 생각
생의 많은 시간 동안 복수를 꿈꿔봤는지? 그리고 그 복수에 성공, 혹은 실패 했는지? 나는 실패했다.
오랜 기간 복수를 꿈꾸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지속적으로 증오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오심은 복수의 동력이다. 증오심이 없으면 복수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상적 수준 이상의 증오심을 장시간 유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복수를 포기한다. 용서라는 미명하에. 가해자가 사과를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해버리는 용서. 이유는 하나다. 자기가 괴롭기 때문이다. 자기 마음 속에 지옥을 들여야만 복수가 가능한데 그게 쉬운가. 하지만 용서라는 말은 진정한 사과와 짝해야만 의미있는 말이다. 심지어 하나님도 회개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는다. 따라서 회개와 반성이 없다면 용서는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건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을 자기 스스로 허용하는 것이니까.
결국 폭력을 당했으나 복수를 하지 못한 대부분의 소심한 사람들은 평생 찢겨진 감정을 가지고 살게 된다. 가해자에 대한 미움과 무력한 자신에 대한 미움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신이라도 죽임으로써 복수는 전도된 채 끝난다. 그 어디에도 천국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복수극은 언제나 환영받는다. 우리 모두는 복수를 못했기에,
송혜교의 변신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을 던져버린 아름다움. 사람이 삶에서 웃음을 걷어내고 사는게 얼마나 가능할까. 하지만 송혜교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폐허의 몸으로 지옥을 돌파하는 그녀의 연기는 단순히 배우의 성실성만으로는 다 설명이 안될 듯 싶었다.
나는 실패로 끝난 나의 복수, 찢겨진 증오심의 잔해로 여전히 고통스럽다. 새로운 삶을 살고 세월이 천천히 나를 씻어준대도 흉터인지 상처인지 모를 그것이 끝내 없어질 거 같지는 않다.
이젠 더 이상 복수를 할 방법이 없다면 송혜교라도 보면서 울기를...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수가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