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명복을 빌며
헤비메탈 음악의 전설 오지 오스본과 퓨전 재즈의 전설 척 맨지오니가 20205년 7월 22일에 별세했다. 각각 향년 76세와 84세. 삶과 음악의 모든 것이 달랐고 아마 서로 만나 본 적도 없을 전혀 다른 장르의 거장 둘이 같은 날에 떠났다.
오지 오스본의 <Mr. Crowley>를 처음 듣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바로크풍의 건반 연주와 기타 솔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런 바로크풍의 연주는 적어도 록밴드의 관점에서는 딥 퍼플이 <Burn>에서 최초로 시도했고 잉베이 맘스틴이나 비니 무어 등에 의해 바로크 메탈, 혹은 네오클래시컬 메탈이라는 장르로 확산되었다.
많은 헤비메탈 밴드가 그렇듯이 그 또한 사탄 숭배라는 혐의에 시달렸다. 록음악이 체제에 저항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종교라는, 특히 기독교라는 주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방법이 사탄을 끌여들였다는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기독교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의미에서라면 사실 사탄이 가장 적임자가 아닐까. 하지만 이것은 엄밀히 현실적인 신앙의 문제는 아니다. 니체가 기독교를 철학적으로 반대한 것도 현실의 신앙을 부인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아니면 단순히 (사탄) 마케팅의 관점일 수도 있다.
죽음을 앞 둔 그의 마지막 공연은 눈물겨웠다. 서있을 수도 없어 의자에 앉아서 노래를 불렀지만 그의 입에서는 쉴 새 없이 "Fxxxing"이 쏟아져 나왔다. 끝까지 철들지 않고도 잘 살다가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렇다. '철듦'이 잘 살아낸 삶, 웰다잉의 선결조건은 아닐지도 모른다. 내게는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Fxxxing"이 오히려 삶의 약동같이 느껴졌다. 그의 입에서 더 이상 "Fxxxing"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는 죽을 것이다.
당신은 이제 그렇게 목놓아 외치던 <Crazy Train>을 타고 먼저간 랜디 로즈에게 갔는가? 랜디 로즈의 기타에 맞추어 "Fxxxing"을 외치고 있을 그 곳은 천국인가 지옥인가.
척 맨지오니의 <Feel So Good>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물론 제목은 모를 수 있고 앨범이나 곡의 전체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해도 "미~ 파~ 솔~" 하며 시작되는 그 경쾌한 멜로디는 살면서, 어디선가는 꼭 한번 들어 보았을 것이다.(지리산의 자연인까지는 모르겠고) 마찬가지로 1980년 동계올림픽의 주제음악으로 쓰였던 그의 <Give it All You Got> 또한 모 라디오 음악 방송의 시그널 뮤직으로 한때는 대한민국에 매일 울려 퍼졌었다.
대중음악 역사상 위대한 기타 솔로는 많지만 <Feel So Good>의 기타 솔로는 그 중에도 탁월하다. 기타 솔로를 길게 가져갈 때는 반드시 거기에 서사를 부여하고 기승전결의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 아무나 되는건 아니다. 오히려 테크닉은 그 다음의 일이다. 에릭 클랩튼이 위대한 것도 그 느린 템포의 블루스 스케일 프레이즈를 5분, 7분씩 끌고 가면서도 거기에 서사와 기승전결을 부여한다는 점에 있다. 그런 면에서 <Feel So Good>의 기타 솔로는 평생을 들었지만 들을 때마다 숨이 멎는다.(이 솔로를 연주한 사람은 Grant Geissman이다. 유튜브에는 이 솔로를 커버한 무수한 영상들이 돌아다닌다. 기타 연주자들에게 있어서 이 솔로는 래리 칼튼의 <Room 335> 못지 않다.)
그가 주로 연주하는 악기는 풀루겔 혼이라는, 흔하지 않은 악기인데 얼핏 보면 생김새가 트럼펫을 닮았지만 악기 명칭에서 보듯이 소리는 호른의 음색을 가지고 있다. 트렘펫과 호른의 음색을 반씩 섞었다고 보면 무난하다. 트럼펫 보다는 따스하고 호른보다는 선명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앰프나 스피커의 성능을 체크할 때 레퍼런스로 삼는 두 곡이 있는데 한 곡은 <Feel so Good>이고 또 한 곡은 글로버 워싱턴 쥬니어의 <Just the Two of Us>이다. <Feel so Good>의 찰랑찰랑한 인트로는 고음을 얼마나 섬세하게 재생하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고 <Just the Two of Us>의 인트로는 베이스와 드럼의 킥을 얼마나 펀치감있게 들려주느냐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 두 곡이 만족스럽게 재생되면 그 앰프와 스피커는 적어도 나에겐 합격이다.
대학시절, 아침 일찍 찾아갔던 어느 카페. 커다란 유리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주인이 턴테이블에 막 올린 음반에서 흘러 나오던 "미~ 파~ 솔~", 어느 후배의 컬러링으로 들었던 그 "미~ 파~ 솔~", 휴가지로 향하는 차에서, 새로 구입한 스피커로 들었던 "미~ 파~ 솔~"
갈수록 내 삶을 비춰주는 별들이 하나 둘 사라져간다. 내 삶은 여전히 초라하고 볼품없어 무언가에 기대어야 하는데 그 기댈 언덕들이 차츰 사라져간다. 결국에는 나 혼자 남으리라는 예감만 갈수록 뚜렷해진다.
두 거장의 영면에 명복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