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풍으로, 오아시스의 노래를 들으며
홋카이도 삿포로의 어느 모퉁이를 365일, 24시간 비추는 영상에 의하면 2025년 10월 28일의 저 거리에는 진눈깨비가 하루종일 오락가락했다. 가을이 막 작별을 고했으나 아직 겨울은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느릿느릿 지나갔으며 차들도 천천히 주행했다. 도로의 차선은 많이 지워져 있었고 나무들은 붉었다. 나는 영상 속으로 들어가 길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교와 사무이 데스네~" 하며 인사를 하고 싶었다. 저마다 생각에 빠져 길을 가던 사람들은 갑자기 나의 인사를 받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겠지.
저 거리에 어둠이 내리면 반드시 술을 한 잔 하고 싶어질 것이다. 왼쪽으로 꺾어서 몇 걸음 걷다보면 지하에 조그만 바가 하나 있는데 무뚝뚝한 주인이 간단한 눈인사로 맞아 주는 곳, 톰 웨이츠의 노래가 흐르고 신전의 신상들처럼 진열된 술병들, 반짝이는 글라스들, 먼지를 뒤집어 쓴 오래된 JBL 스피커...
톰 웨이츠의 노래는 너무 칙칙하다. 최근 재결합한 오아시스가 한국과 일본에서 공연한 사실을 떠올리며 <Don't Look Back In Anger>를 요청한다. 그 형제들의 재결합이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다. 상관없기도 하고. 빈 속에 마시는 첫 잔은 위장을 찌르르 철사같은 걸로 긁으며 내려간다. 사실 이 첫 잔으로 이후의 모든 잔들은 갈음된다. 그 한 잔으로 멈출 수 있었다면 삶은 이렇게 위험하거나 슬프지 않았을 것이다. 많이 양보해서 둘째 잔까지 만이라도...
마침 손님이 없어서 코러스를 따라 부른다.
"So sally can wait she knows it's too late as we're walking on by~"
하지만 샐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약관의 나이에 약에 취해 쓴 저 가사는 본인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그저 뜻없이 흥얼거릴 뿐이다. 그들의 노래가, 잔 속의 쩔렁이는 얼음이 모두 뜻이 없다. 그런데 "뜻이 없다"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
어둠이 내린 삿뽀로의 젖은 거리에 불빛들이 켜지면 그래 나여,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가. 별빛 하나 보이지 않는 이 환하고도 어두운 거리에서 어디로 가자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