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난 지 300일쯤, 내 마음은 어떤 상태일까?

by 김팀장

퇴사한 다음 날, 그리고 지금

퇴사 한 다음날, 나는 출근할 때처럼 똑같은 시간이 일어났다. 늦잠을 잘 수도 있겠지만 삶의 패턴을 무너트리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을지도 모른다.

캘린더의 공백은 자유로웠지만 동시에 불안하기도 했다.

퇴사 후 300일 정도 지난 지금, 자유보다는 책임과 압박, 불안이 조금 더 커진 걸 느낀다. 다만, 불안을 관리하는 걸 점차 깨닫고 있다.

“오늘 해야 하는 몇가지”만 정하고 그걸 오늘 끝내는 일. 아주 단순하지만 나를 무너트리지 않게 하는 버팀목이다.


처음 몇 달은 마치 몸이 회복하는 것 같았다. 몸에 쌓아두었던 독기가 빠지듯 이곳저곳이 아프고 병원도 꽤 자주 갔다. 하지만 이제는 가뿐한 몸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요즘의 나는 종종 자존감이 꺼지는 생각들을 떠올린다.

“너, 제대로 가고 있는거 맞아?”

“퇴사 한 게 옳았던 걸까?”

“지금 뭘 하고 있는거야?”

같은…

이럴 때 나를 붙들어 주는 건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하루의 아주 작은 성공들이다. 할 일 한 줄을 끝내는 순간, 3~5km 러닝을 마치는 순간, 미뤄둔 미션을 끝내는 순간.

티나지 않는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그 선이 하루를 견디게 한다. 나는 이것을 ‘small euccess (스몰 석세스)’라고 부른다. 대단함 대신 지속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부담은 숫자에서 오기도 한다. 모아둔 둔은 차금차금 갈아먹고 지출은 성실하다. 남들은 모르는 숫자의 압박 속에서 자존감은 쉽게 흔들린다. 나는 숫자와 나를 분리해보기로 했다. 예산표에서 냉정하게, 마음에선 친절하게. ‘생활 비용’과 ‘성장 비용’을 나누고 남은 시간을 얼추 계산해 본다.


지금 이 시기를 보내며 확실히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속도보다 체력. 번쩍이는 아이디어는 하루를 만들지만, 체력은 한 달을 만든다.

루틴은 감정의 안전장치. 기분이 아니라 규칙이 나를 책상으로 앉힌다.

포지셔닝은 스스로 정한다. 누가 붙여준 타이틀보다 내가 쌓은 산출물이 오래 간다.

기록은 통화(通貨)다. 글 한 페이지, 테이블 한 장, 스크린샷 몇 개가 다음 기회를 부른다.

도움을 청하는 용기. 혼자 다 하려는 태도가 가장 비효율적이었다. 질문이 빠른 길이었다.


그럼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거창한 로드맵 대신, 다음 90일을 위한 세 가지 결정만 적어둔다.

하나의 결과물: 현재 진행 중인 글/전자책을 ‘완료’의 선으로 옮긴다. 매주 산출물을 공개 가능한 형태로 하나씩 남긴다.

하나의 파일럿: 준비 중인 교육/서비스 아이디어를 소수 대상에게 테스트한다. 피드백 폼을 설계하고, 개선-재테스트를 두 번 반복한다.

하나의 채널 묶음: 인스타–블로그–뉴스레터를 한 줄로 묶는 톤&매너와 호출 문구(CTA)를 통일한다. “어디서 나를 만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이 세 가지는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선택과 몰입의 다른 말이다. 욕심은 잠시 뒤로 밀어두고, 작은 성공을 반복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일. 오늘도 그 시작은 단순하다. 체크리스트 첫 줄을 지우는 것, 25분 집중 타이머를 누르는 것, 미뤄둔 메시지 한 통을 보내는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 느려도 괜찮다고, 다만 멈추지 말자고.

300일의 마음은 완전히 안정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불안과 친해지는 방법을 조금 배웠다. 내일의 나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단 하나다. 스몰 석세스를 또 하나 쌓을 것. 그 작은 점이 모이면, 어느 순간 나는 다시 나의 속도로 달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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