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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 Jun 03. 2023

내가 좋아하는

빙글빙글 턴테이블과 크루아상



'좋아한다'라는 표현을 늘 입에 달고 사는 나는 싫어하기 두려워하는 것인가 혹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변명과 상대방이 느낄 불확실한 표현이나 감정을 예측할 수 없어 강제적으로 낙천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당장은 세상이 너무 행복하고 조금 더 잔잔한 물가에 앉아 쪼록 이는 물소리나 슬쩍 이는 풀소리 정도만 듣고 싶지만 싫은 게 없는 나는 소음마저 이해하기로 했다.




‘타닥타닥’


집안에 마련한 작은 바에 앉아 한적하게 재즈를 턴테이블에 올려둔 채 갖은 우아를 떨며 위스키를 흔들다 재미난 생각에 잠겨 타닥이며 균일하게 읊조리는 다 돌아가버린 lp는 잠시 무시하기로 했다.


나에겐 집은 가장 행복한 공간이면서 고집스럽게도 집착해 피곤할 때가 있지만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아마 요리를 하기 시작할 때 즈음 구현되어 굳어버렸다.


주방과 친해지려 여러 번 들락날락거리다 보니 주방이라는 공간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나만을 위한 음식 나의 입맛에 맞는 요리법을 찾다 보니 꽤나 많은 식기류와 요리도구를 채워둔 케이스다.


나를 위한 음식들은 갈색 줄무늬를 가진 흰 접시에 담아 파란색 타일에 망고색 기다란 소파가 있는 작은방 대리석 식탁 위에 놓였다.


작은방에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행복을 찾기 위해 좋아하는 것들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고 가만히 앉아 위스키나 와인을 빙글빙글 돌리며 같이 돌아가는 LP를 바라보는 것이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아마 빙글빙글 도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작고 가벼운 생각을 할 만큼 나는 풀어지곤 했고 그렇게 풀어지다 이번주의 날씨를 보며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그대로 소파에 기절했다.



‘또각또각’


단어에 의미가 많아 한참 동안을 사전을 뒤져가는 재미가 있던 나는 내 일상에 담긴 몇 가지 고정적 단어들을 찾아내기 시작하였고 대표적으로는 ‘루틴’이었다.


사전을 빌어 쓰자면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운동 수행 능력을 발휘하기 위하여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라는 의미도 있는데 쉬는 날 항상 루틴처럼 절차를 밟아가던 나는 회복을 하기 위해 또는 업무에 최고의 수행을 위해 ‘쉬는 날의 루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빙글빙글 대던 전날 확인한 날씨가 오늘 마침맞아 떨어져 최고의 휴무날을 보낼 생각에 일어나자마자 보일러 온수 버튼을 눌렀다.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경복궁과 인근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필요한 스트레스 해소법이고 이른 점심이 되어갈 때 귀에 꽂은 에어팟을 빼고 역에 도착해 내 발소리를 들으며 루틴은 시작된다.


‘바닥이 나무 재질인 신발을 신어본 적이 있는가?’


개인적인 견해로는 정말이지 불편한 신발이 아닐 수 없다. 특정 상황에 특정 공간을 제외하고는 또각또각대는 소리, 없다시피 한 쿠션감, 투박한 디자인적인 측면까지 신발로써 갖추어야 할 편리성, 실용성, 안정감은 미미하여 불만이 많지만 오늘은 ‘특정한 날이니’ 예외인 걸로 하겠다.


회색과 하늘색이 블렌딩 된 구름 뒤에 밝은 햇빛 아래 궁이라는 공간 그리고 조금의 비와 또각거리는 신발은 나에겐 생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 아침 부슬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린다면 궁에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날이면 크리스마스 전날의 어린아이처럼 전날부터 싱글벙글할 정도로 나는 행복감을 느끼는데 이른 아침 방문하여 궁 안쪽 깊숙이 이름도 모르는 처마 아래에 납작 쪼그려 앉아 있으면 사락사락 눈이 내리는 소리 혹은 부슬비에 잘게 울리는 진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콰삭콰삭’


따뜻하고 겉은 바삭한 크루아상을 한 손에 쥐고 돌돌 말린 결을 따라 빙글빙글 돌려가며 뜯으면 고소하고 풍미 있는 버터 향 구워진 빵의 냄새가 설레지만 부스러기가 옷에 떨어지는 건 그 후의 나에게 맡겨두고 일단은 잠시의 행복을 즐기기로 한다.


성인이 되기 전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나는 업무의 특성 덕에 여러 가지 빵을 맛보게 되었고 아마 내 인생 최고의 직장이었는데 솔직히 빵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그러한 게 지배적이다.


그중 시나몬롤과 크루아상을 가장 좋아하는데 요새 다이어트 중이라 시나몬롤은 끊은 지 한참 되었고 그나마 작게나마 허용한 것은 크루아상이다. 


오랫동안 정을 두던 곳이 문을 닫아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었지만 너무 행복하게도 경복궁 쪽에 새로운 크루아상 맛집을 찾아 너무 행복하지만 거리상 문제로 자주 가지는 못해 아쉬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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