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품어 잘게 산란한 이슬내 품은 햇빛
지나가는 이 없어 기다리다 지쳐 스러진 가로등
너도나도 아침을 알리려 굴뚝에 뽀얀 연기를 피운다
집집마다 불빛에 인사하듯 뒷산 어귀에선 동이 트고
밤새 검던 호박이 오늘도 동그마니 노오랗다
달님은 없고 해님과는 서먹한 이 정적이 시려
우리 할머니 가장 큰 방의 아랫목에 포옥 안긴다
돌담장 덩굴의 손바닥에 깍지를 끼고
다래끼 눈 차디찬 대문 문고리에 비벼대던
쓰다듬어 주시던 쓰다듬던 강아지라 불리던
온통 포근해 동치미가 얼어대도 콧잔등은 축축했던
눈을 뜨면 오물거려 꼭다리가 다 해진 내 베갯잇과
아무리 지어도 지어도 나지 않을 눈가의 밥냄새는 어디에
아무리 그려도 그려도 마지 않을 그때의 살냄새는 어디에
흰 연기 몽글하게 모락이면 보고 싶어
매일 서리 내리는 이 겨울에 날숨이 두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