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엔 늘 콧잔등이 베인다
나를 해쳤던 바람이 늘 불어
들숨에 콧방울이 울컥 달아오르는 것이
십이월 자락 산수유 가지의 마지막 붉음이라
벌게진 얼굴빛은 그럴 리 없는 흰 눈을 탓하련다
헐거워진 문틈에도 찬바람이 밀려오는데
어디 빗장 열어 마주할 수 있을까
어디 그때에는 마주할 수 있을까
흰 눈이 나리는 이 겨울엔 나 혼자 붉음이 두서없이 오르내린다
죽은 바람이 불어오고 나는 그런 바람을 맞으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겨울은 정지된 빨간 나를 흰 지우개로 지워주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