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배가 침몰하던 순간, 나는 창문을 열어두고 창가 옆 컴퓨터 책상에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당시 메신저로 쓰던 네이트온에서 채팅을 하고 있던 친구들이 속보가 떴다고 확인해보라고 해 컴퓨터 바로 위에 있는 TV를 켰는데. 그날부터 여덟 번째 해가 지났다.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던 그 배는 하필 이름도 '세월'을 담고 있었고, 나는 그날 물 마시는 것조차도 죄스러운 기분으로 몇 날 며칠 뉴스를 보면서 구조자에서 실종자, 그리고 늘어나는 사망자 수를 보면서 이상한 분노와 원망이 치밀어 올랐다.
그날로부터 여덟 번째 해가 지나는 날까지 최소한 나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무기력하게 배 안에 꽃보다 별보다 더 귀한 생명을 침몰시킨 죄책감이란 이름으로 제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다 하지 못한 이들을 벌하고 다시 공정하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세상은 여전하고,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시인의 말을 인용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살아온 것이 생각나서 먹먹했던 날이 지나간다.
아직도 열여덟일지, 거기서 여덟 살이 됐을지. 아니면 그대로 이어가 스물여섯이 됐을지 모를 그 아이들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누군가의 가족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한 국가가 책임질 일을 나서서 책임지다 끝끝내 무너진 삶을 돌이키지 못한 사고 수습 현장을 지켰던 분들의 명복을 다시금 빈다.
부디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