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도, 겉으로도 앓는다.
나이든다는 것은 흔히 성숙과 원숙, 통찰과 지혜의 증가로 찬미될지 모른다. 현실은 어떤가. 주위를 둘러보면 ,아, 이렇게 나이들어도 되는가, 늙어가도 되는가.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1. 종교와 '마음공부'에 대한 집착
60대의 어느 친구는 부인과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낸다. 같이 여행도 안 가냐고 물어보면 어디로 갈지, 무엇을 먹을지에서조차 의견이 달라 싸움만 하게 돼서 못간다는 것이다. 자녀들을 외국으로 유학보내고 둘이서 사는 삶은 철저히 따로다.
좀 젊은 그의 부인, 할머니(?)가 웃는 때는 남편에 따르면 유일하게 교회의 목사들 만날 때라고 한다. 교회 일에는 열심이다. 그는 와이프가 장모님과 비슷하게 닮아가는데 바로 교회를 열심히 나가고 교회에서 목사들과 만날때 집에서는 보여주는 않는 '활달함'과 '웃음'과 '개방성'이라고 혀를 찬다. 목사와 교회에 쏟아붓는 노력과 관심의 10분의 1이라도 남편에게 돌리면 노년의 부부 관계가 좋아질 것같다고 혀를 찬다.
교회와 성당, 절 등에는 어디가나 중년의 아줌마와 할머니들의 주 고객이고 신자이다. 마음공부 관련 유튜브와 서적에도 주 고객들은 나이 지긋한 여성들일 듯하다.
여성들은 '가정에서 역할 못하는 남편'--'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 ---'종교와 마음공부에 더 매달림,투자'로 이어진다. 그러나 남편들은 '아내의 종교와 마음공부 집착'----'남편에 대한 관심 소홀, 같이 있는 시간 부족' ---'아내에 대한 불만 증가'---'다시 아내 종교와 마음공부 집착 비난과 무시'로 이어진다. 결국 부부가 한 방향씩 거꾸로 도는 악순환의 반쪽을 서로 달리는 셈이다.
그런 노력과 관심의 일부라도 남편에게 돌리면 남편이 바뀌지 않을까, 늙어가는 부부가 더 관계가 호전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가정은 어디까지나 남편, 남자의 일방적인 헛된 희망일 뿐이다. 아줌마와 할머니는 남편의 부족한 부분, 남편과의 갈등에 따른 극복을 위해 종교와 마음 공부에 더 매달린다.
2. 내적인 공허함과 정신질환
국내 유수 대기업 임원 출신은 물질적으로는 잘 산다. 그의 부인은 그러나 우울증과 정신공황에 시달린다. 바람쐬러 여행이라도 같이 가지 그러냐고 물어보면 60대 중반 넘은 부인은 호텔도 4성, 5성급 호텔 아니면 안 들어가고 비행기도 비즈니스나 일등석 아니면 안 탄다고 한다. 그녀의 우울증이 그런 최고급 취향을 낳은 것인지, 아니면 최고급 취향이 항상 만족되지 않아 우울증을 초래한 것인지는 모른다.
어느 70세를 바라보는 할머니는 입만 열면 수십년전의 기억을 끌어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지인들과의 관계를 차례로 파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40년전의 지인에게 몇백만원을 빌려주었는데 아직 안 갚았다고 그 자녀들에게 이야기했다. ---그 지인은 이미 10여년전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 자녀들이 '듣도 보도 못한' 작고한 어머니의 차입 사실을 확인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듣보잡 돈 차입에 대해 그 자녀들은 한 것은 따라서 당연히 그 대여사실을 주장하는 할머니와 관계를 단절하는 것뿐이다. 그 할머니는 서울 강남에 집도 있는 여유계층이다. 그저 주위에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년기의 증상이라고 보며 멀리 하려 한다.
3. 치매
치매가 암이나 다른 질환보다 가장 노년기에 치명적이며 특히 배우자나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대학교수 출신의 한 친구는 이제 60대 중반밖에 안 됐는데 이미 수년전 치매가 와서 주위를 고생시키고 있다. 젊어서 머리를 많이 쓰고 공부 많이 하면 치매가 덜 온다는 속설이 얼마나 틀렸는가를 그는 병으로써 증명한다. 외국 박사까지 따고 국내 대학에서도 부지런하게 공부하고 가르쳐온 그가 치매가 오다니.
어느 60대초반 할머니도 치매 3년차인데 중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폭력성은 아니지만 남편을 졸졸 따라다니고 남편이 어디를 가면 수십차례 전화를 해대는 통해 잠시라도 떠나 지내기 어렵게 한다.
치매는 아직까지 약물 치료로 진행을 좀 늦출 수는 있지만 치료가 안 되는 치명적인 노후 질환이다. 치매를 치료할 수는 없고 단지 진행만 서서히 늦춘다는 것은 그만큼 치매 환자 옆의 가족들이 더 시달릴 기간을 더 연장할 뿐이다. 10년 시달릴 기간이 15,20년으로 더 늘어나는 셈이다. 그렇다고 치매의 약물치료를 가족들로서 거부할 수도 없지 않은가.
과거 청와대 고위직에 있던 한 인사도 부인이 치매를 앓기 시작한 지 20년쯤 됐다. 부인은 사람을 못 알아보고 서서히 삶이 하향 곡선을 내려간다. 주위의 자녀들도 어쩔 수가 없어 외부 간병인이 오면 비용도 크게 증가한다. 그 인사는 여유가 있어 금전적으로 감당하지만, 부인을 극진히 간호하면서 본인의 노후 사생활은 피폐해지고 있다.
이런 것이 노후, 노년기의 삶이라면---. 국민 평균 연령이 길어지고 100세 시대가 온다 한 들, 즐거워하고 환영만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