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있는 저는 물건을 버리다가 자연스레 청소하는 분야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청소 관련 책을 보다가 저에게 큰 울림을 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은 <청소력, 마쓰다 미쓰히로>라는 책입니다. 책 <청소력> 에는 "당신의 방은 당신의 모습이다" ,"쓰레기 주변에는 쓰레기가 모인다", "작은 자극들이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라며 청소를 해야 운이 좋아지고 인생이 바뀐다고 말합니다. 이 문장들은 저에게 '청소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20년 넘게 산 집의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얼룩과 먼지와 오래된 스티커, 수리가 필요하지만 그대로 방치해둔 세면대 등 많은 곳이 손길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저는 스트레스와 자극이 넘치는 공간과 둔해져버린 감성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일종의 효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매번 효도하자는 다짐만 했는데, 이번이 효도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청소도 하고 효도도 하고 일석이조의 기회를 놓칠리 없기에 저는 집 청소에 돌입합니다.
그 날, 청소를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입구를 깨끗하게 만들어 밝은 기운이 들어오도록 한다
요즘엔 초인종을 잘 누를 일도 없고 누르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초인종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청소를 하기 위해 찬찬히 살펴보니 스티커가 잔뜩 붙고 때와 얼룩이 초인종을 누르게 싫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저는 기름때 제거제를 마구 뿌린 뒤에 철수세미로 가차없이 닦았습니다. 점점 스티커가 사라지고 본연의 초인종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몇 분 뒤, 저는 아주 깔끔한 초인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깨끗해진 초인종을 보고 뿌듯함이 가슴 속에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청소의 힘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외출하고 집에 들어갈 때는 항상 손잡이를 사용합니다. 언제나 우리 집을 드나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손잡이지만 한 번도 신경써주지 못했습니다. 묵은 때를 벗기기 위해 기름때 제거제를 뿌리고 철 수세미로 열심히 닦았습니다. 그러자 금방 반짝반짝 광을 내며 깨끗한 손잡이가 되었습니다.
대부분 신발을 신을 때, 허리를 숙여 신발을 신습니다. 저는 끈이 달린 신발을 신습니다. 그래서 항상 신발을 신을 때마다 끈을 다시 묶어야 합니다. 허리를 숙여 끈을 풀고 신발에 발을 넣고 끈을 묶고 거친 숨고르기를 하며 일어납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아버지께서 출근하시는데, 똑같이 허리를 숙여 신발을 신고 일어서며 거친 숨고르기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 '아 젊은 나도 힘든데, 나이 드시면 더욱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방 한구석에서 놀고 있는 의자를 꺼내 문 앞에 두었습니다. 신발을 신을 때, 더 이상 허리를 숙이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신발을 신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허리는 소중하니까요! (의자를 현관 앞에 두고 혼자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모릅니다ㅎㅎ)
저희 집은 다섯 식구가 살고 20년 넘게 살다보니 신발장이 과포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간이 신발장을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주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갈 때, 현관문을 열고 똑바로 들어가야 하는데 간이 신발장 때문에 동선을 한 번 꺾어 집에 들어가야하는 것이 짜증났습니다. 오랫동안 안 신는 신발을 버리기만 하면 되는데, 버리지 못하고 채우기만 하다보니 편히 살아야 집이 불편한 집으로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현관 앞에 큰 종량제 봉투를 펼쳐 놓고 가족에게 안 신는 신발 있으면 버려달라고 했습니다. 가족의 불만이 있었지만 이 길이 우리 가족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현관이 깨끗해야 좋은 기운이 들어온다며 가족을 설득했고, 모든 신발을 신발장에 넣을 수 있을만큼 신발을 버렸습니다. 속이 뻥 뚫릴만큼 깨끗해진 모습을 보고 청소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수백 번 했습니다.
집 안에 수 많은 스트레스 요인들을 없앤다.
저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주 '호텔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스트레스 요소들이 적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열심히 일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면 편히 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거실에 알록달록한 많은 물건들과 쌓여버린 할 일들이 항상 무의식에서 정보처리를(치워야 하는데... 버려야 하는데...)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도대체 쉴 틈이 없습니다. 저는 10년 넘게, 어쩌면 20년 동안 자리 잡았던, 너무나 익숙해서 이게 스트레스 요인인 줄 도 몰랐던 자극들을 지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거실의 한 편에 스트레스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수화기입니다. 저는 파란 복주머니를 보면 복보다는 스트레스가 생깁니다. 그리고 어릴 때 붙였던 흙점토가 딱딱하게 굳어져 있습니다. (이게 지우느라 힘들어서 혼났습니다.) 어깨가 힘들어서 쉬고 싶다고 아우성 칠 때쯤, 수화기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거실에서 쉴 때, 예전보다 더 편히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의 20년 전 쯤, 붙였던 야광스티커가 아직도 끈질기게 형광등에 붙어있습니다. 저는 친히 형광등 커버를 벗긴 다음 스티커를 지우고, 안쪽 먼지까지 깨끗하게 없앴습니다. 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입니다.
20년 넘게 살면서도, 천장에 갈색 얼룩들이 잔뜩 끼여 있는 것을 몰랐습니다. 이게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를 얼룩들이었습니다. 한 번도 닦아준 적이 없으니 얼룩이 생길만 했습니다. 그리고 10년 전, 거실에서 파티를 한다고 스카치 테이프로 풍선을 붙인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붙어 있습니다. 저는 넓은 테이블을 밟고 올라서서 볼록 튀어나온 천장 얼룩을 닦았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젖히고 어깨를 하늘 높이 들어 얼룩을 지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 10초 닦고 20초 쉬면서 오랜 시간 들여 닦았습니다. (10년 전에 붙인 테이프는 너무도 안 떨어지는 것을 보며 할 일은 그때 그때 해야 쌓이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천천히 본모습을 드러내는 천장을 보며 또 한 번 뿌듯함이 가슴 속에서 차올랐습니다. (깨끗한 천장을 보고 좋아하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효자 노릇 한 번 했다며 어깨 한 번 으쓱했습니다.)
그 외에 문과 벽에 붙은 스티커를 제거하고 얼룩과 때를 지웠습니다. 이것말고도 집 안에는 수 많은 스트레스 요소들이 있네요.
환해지고 깨끗해지니 밥맛이 좋아진다
저녁 식사 시간에 왠지 밥 먹기 싫은 기분이 듭니다. 왜냐하면 백열등이 식탁 분위기를 침침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게 불편한지도 모르고 20년 가까이 밥을 먹었습니다. 저는 과감하게 백열등을 떼내고 LED형광등으로 교체했습니다. 이것도 그냥 해보고 안 되면 수리기사님께 도움 받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누나의 도움으로 손쉽게 교체했습니다.
위 왼쪽 사진을 보면 한쪽 구석에 있는 각종 물건들이 놓여있습니다. 저렇게 물건이 놓여 있으면 사실상 물건 양 옆에 있는 의자들은 거의 못 쓰는 공간이 되어버립니다. 의자는 4개이지만 2개밖에 활용하지 못합니다. 저는 이 환경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일단 어지럽게 놓여있는 식탁 위 물건들은 냉장고에 넣거나 선반 서랍장에 두었습니다. 그러자 식탁 위가 깨끗해졌습니다. 묵은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벽에 붙은 식탁은 뒤에 냉장고 때문에 매번 가족 식사를 할 때마다 냉장고의 문을 3분의 1밖에 열지 못하는 문제점과 의자에 물건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식탁의 방향을 돌렸습니다. 그러니깐 비좁았던 식탁 공간에 생기가 생겼고 3개의 의자 밖에 사용 안하던 공간이 4개의 의자 모두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식탁 위가 깨끗해지니 불편하게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식탁 의자 4개 모두 사용하니 가족 모두 만족해했습니다.
설거지를 할 때마다 보기 싫었던 코팅지입니다. 합판이 물에 불어 뜯겨 나간 것을 가리기 위해 작은 코팅지를 발랐으나 곰팡이가 피고 더 더러워졌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고 싶었고 저는 생활용품점에서 코팅지를 사서 보기 싫었던 부분을 해결했습니다. 이것도 오랜 시간동안,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건데 이거 바꾸고 나서 얼마나 속이 시원했는지 모릅니다ㅎㅎ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스티커를 제거하고 얼룩을 지워 화장실을 청결하게~
어린 시절 함께했던 고래 스티커는 이제 안녕~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하는 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문 전체와 타일 주변에 때가 쌓여있었습니다. 저는 깨끗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름때 제거제와 철 수세미로 뽀득뽀득 닦아주었습니다ㅎㅎ
화장실에서 손을 씻거나 양치를 할 때마다 정말 정말 보기 싫었던 곳이 곰팡이 핀 화장실 세면대였습니다. 한 10년 전부터 벽과 화장실 세면대 사이에 있는 실리콘이 찢어지고, 5년 전부터 곰팡이가 눈에 띄기 늘어났고, 1년 전부터는 다 갈라진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 세면대를 볼 때마다 짜증이 일어났고 세면대 수리기사님를 불러야겠다는 다짐만 했습니다. 그 다짐만 몇 년 동안 하다가, <청소력>을 읽고 다시 한 번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리기사님를 부르는 것보다 이것을 '내가 직접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튜브 영상을 찾아보니 일반인들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보였습니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각종 도구를 준비한 다음, 신문지에 수십 번 연습한다음 실전에 돌입했습니다. 일단 칼로 오래된 실리콘을 제거하고 주변에 종이테이프를 붙여 코킹(실리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안 되면 다시 하면 되지' 라며 실리콘건 손잡이를 당겼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실리콘 모양을 잡고 마르기를 기다렸습니다. 실리콘이 말랐을 때쯤, 종이테이프를 제거하니 아주 만족스러운 세면대가 되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보수 작업이 잘돼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이 작업을 통해 '일단 해보면 되는구나!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자체가 착각이었구나!' 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뭐든지 일단 하고보는 강한 추진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깨끗한 세면대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ㅎㅎ)
미니멀리즘은 우리 인생 앞에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잡동사니들을 깨끗이 치움으로써 인생에서 보다 중요한 것들, 그러니까 건강, 인간관계, 열정, 성장, 나눔과 같은 것들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미니멀리즘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20대 싱글 남성의 미니멀리즘과 자녀가 있는 40대 중반 여성의 미니멀리즘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미니멀리즘을 실현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미니멀리스트들의 지향점은 같아,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여유롭고, 자유로우며,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산다는 것이다.
카페 <미니멀라이프>
제 수준에서 효도할 수 있는 방법은 청소와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의 환경을 바꾸는 것도 효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니멀리즘과 청소를 실천했습니다. 익숙한 공간에 작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니 달라졌습니다. 보기만 해도 짜증났던 세면대가 볼 때마다 기분이 좋은 세면대로 변한 것에서부터 침침한 식탁 공간이 밝은 공간으로 바뀐 것까지! 부모님과 가족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가장 만족하고 행복해한 사람은 제 자신이었습니다. 저는 이 일 이후로 타인에게 기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길이 제가 가장 행복해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집이 더 이상 스트레스와 짜증을 일으키는 곳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세수할 때마다 깨끗한 세면대를 바라보면 하루의 시작을 기분좋게 하고, 밥 먹을 때마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LED백열등으로 참 잘 바꿨다'며 뿌듯함이 생깁니다. 미니멀리즘과 청소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