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나는 취준생이었고, 스펙은 몸뚱아리 하나 있었다. 지방에 살던 나는 취업하기 위해 조금 모아뒀던 돈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갔다. 취준을 해야 하는데, 고시원에 박혀 취준하기란 내 성격에 안 맞았고, 나는 알바하며 세상 경험을 쌓는 쪽을 선택했다.
'광화문에서 전단지 나눠주기'
알바O에서 단기 알바를 찾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나는 시급 1만원, 4시간 알바라 알바하고 광화문 교보문고가서 책 읽어야지 라며 알바신청했다.
그리고 10월 2일, 문자 하나가 왔다. "10월 3일, 전국 집회 전단지 알바. 10시까지 OO으로 오세요~"
나는 문자를 받고 '아 집회가 있나보구나.'하며 내일 일할 준비를 하고 잤다.
그리고 9시 쯤 집을 나서, 광화문역을 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광화문역에 내렸다.
나는 왜 이렇게 많지? 라며 사람들을 따라갔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와 다르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순간 여기서 전단지 돌릴 수 있을까? 하며 걱정됐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거야 라며 나를 달래며 모임 장소로 갔다. 장소에 도착하니 알바생 8명이 왔고, 직원 3명이 계셨다. 전단지는 1만장 넘게 들고 오셨고, 그걸 다 돌려야 한다고 하셨다.
4시간 동안 전단지만 돌리면 된다고 하셨고, 직원 분들은 부스를 지키고 계셨고, 알바생들은 전단지 뭉치를 들고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살살 돌아다니며 어떻게 돌릴까 고민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기 전단지 보세요! 라며 전단지를 내밀었는데, 돌아오는 건 따가운 시선이었다. 정치적인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많이 화나있었고, 그들에게 나는 전단지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광화문 광장 중앙으로 갈수록 엄청난 인파 때문에 내가 전단지를 나눠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디서 전단지를 주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광화문 주변에 있는 빌딩 숲 골목에 자리잡고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다른 골목에 자리잡고 전단지를 나눠줬다.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은 광화문 주변을 차를 주차하고 광화문 빌딩 골목 사이 사이를 지나 광화문 중앙 무대로 향했기 때문에 나는 그곳이 최적의 장소라 생각했다. 나는 그 곳에 서서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었다. 전단지를 나눠주었다기보다 전단지를 뺏겼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전단지를 가져갔다. 나는 중간중간 멘트를 섞어가며 전단지를 나눠주니 내가 들고온 두꺼운 뭉치를 든 손은 빈손이 되어버렸다. 부스로 돌아가, 한 직원에게 전단지 다 돌렸다고 더 많이 달라고 했다. 나는 자신감도 붙고 재미도 있어서 한 15cm 정도 되는 전단지를 들고서 또 미친듯이 전단지를 나눠주었다. 나는 그렇게 전단지를 다 나눠주다가 2시간 만에 전단지 다 나눠주고 일찍 퇴근했다.
그리고 또 회사에서 전단지 돌릴 수 있냐고 문자가 왔다. 나는 바빠서 못 간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며칠 뒤, 다른 장소에서 전단지 돌릴 수 있냐고 문자가 왔다.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느라 답장을 못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나: 네. 여보세요.
회사: 네. 안녕하세요. 그때 전단지 돌렸던 oo회사인데요. 답장이 없어서 전화드렸어요.
나: 아. 네.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답장을 못했어요.
회사: 아, 그때 전단지 잘 돌려서 문자를 했는데 답장이 없다고 해서 제가 직접 전화했어요. 그때, 8명이서 전단지 돌렸는데, 다른 사람들은 전단지 받으러 안 오는데 혼자만 와서 인상 깊어서 연락했어요. 혹시 다니는 회사 있어요?
나: 아니요. 아직 취준하고 있어요.
회사: 그러면 생각하고 있는 직무는 있어요?
나: 네. 세일즈 생각하고 있어요.
회사: 잘 됐네요. 제가 최고의 영업사원으로 키워줄게요. 한 번 면접보러 와요.
(나는 이때 깨달았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타인에게 가치를 줄 수 있으면 어딜가서든 살아남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몇 번의 제안에도 나는 정중하게 거절의사를 표현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는 세일즈 쪽에서 일하리라 다짐했다. 그 이후에 나는 OOOO에서 일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