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교훈
수영 배운지 6개월차가 된 수린이다. 올해 여름 덥기도 덥고, 꾸준하게 운동 하나 해보고 싶은 마음에 체육센터에 '수영'을 배우러 갔다. 볼록 튀어나온 배와 달라붙는 수영복을 무릅쓰고, 나는 6월 초, 첫 수업을 시작했다. 평소에 물놀이를 좋아한지라 알려주는대로 빠르게 익혀갔다. 주6일반을 신청했는데, 1달에 1~2번 빼고 3달동안 매일 새벽 6시 수업에 참여할 정도로 나는 수영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일주일에 1번 나가면 많이 나갈 정도로 게을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수영은 내게 큰 교훈을 주었다. 한 번은 친구가 자신의 속에 담긴 생각을 털어 놓았다. 자신은 요즘 인생사 재미없고 우울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친구의 마음을 달래주고 수영으로부터 배운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대구 사투리ver.)
나: "OO아, 내가 요즘 수영에 빠져 수영 홍보대사인거 니도 알제?"
친구: "어"
나: "내가 수영하면서 제일 좋아하는게 뭔지 아나?"
친구: "아니"
나: "다이빙하는거다"
친구: "어"
나: "다이빙 할 때 뛰어들면 그 짜릿함이 있는데 니도 함 느껴봐야하는데, 수영 함 해봐라"
친구: "그래서 할 말이 뭔데?"
나: "긍까. 나는 니가 지금 힘든 시간이 금방 지나갈거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 얘기는 해주께. 나는 수영하면서 느끼는게 뭐냐면, 앞으로 가기 위해선 가라앉아야 한다는 거다. 자유영 할 때 보면 앞으로 쭉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살짝씩 가라앉았다가 뜨고, 특히 접영 할 때는 물 속에 들어갔다가 올라와야 한다. 인생사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니가 오히려 우울해지지 않으려고 하지말고 오히려 더 깊이 가라앉았으면 좋겠다.살다보면 그 우울한 감정이 니를 끝없는 바닥 속으로 끌고가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바닥에 발이 닿기 마련이고, 반동 이용해 올라오는게 중간에서 허우적대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 그러니깐 니 우울한거 이겨낼라고 하지말고, 그냥 계속 가라앉아라. 그러다가 어느 순간 떠오르고 싶을 때 올라온나. 그라믄 된다. 알겠나"
이야기가 끝나자 잠시 정적을 흘렀다. 그리고 '알았다.고맙다'며 전화를 끊었다. 나도 작년, 주변사람들과의 끝없는 비교, 그로부터 나오는 자괴감과 후회, 외로움 속에 오랜 시간 머물렀다. 지금은 그런 감정들은 거의 느끼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부정적인 감정 속에 가라앉아 바닥까지 내려갔고, 바닥을 발판삼아 떠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슬프지 않는 척, 우울하지 않은 척, 힘들지 않은 척을 했다면 아직까지도 나는 그 부정적인 늪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힘들면 힘든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가라 앉을 것이다. 가라앉아야 한다면 가라앉자. 바닥에 발이 닿으면 힘차게 떠오르자. 가라앉아야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